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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에 목 찔렸는데… 동료 경찰들 ‘나 몰라라’” 폭로

입력 | 2023-03-17 10:35:00


부산의 한 경찰관이 범행 현장에서 큰 부상을 당했지만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동료들의 도움 없이 혼자 업무를 해결해야 했다는 폭로가 나와 경찰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17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우리 경찰 동료가 다치고 난 후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널리 퍼뜨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로 직장을 인증해야만 가입이 가능한 익명 커뮤니티다.

게시물 내용 등을 종합하면 부산 북부경찰서 소속 A 경위는 6일 오전 5시경 부산 북구에 위치한 B 씨의 자택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는 신고를 접수해 동료와 함께 출동했다. A 경위는 현장에서 B 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 등을 크게 다쳤다. A 경위는 출혈 상황에서도 동료와 함께 B 씨를 검거했다. A 경위는 새벽이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지구대로 복귀했다.

A 경위는 지구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지만 업무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인 킥스(KICS)에 사건과 관련한 기본적인 내용조차 입력이 안 돼 있었다고 한다. 킥스는 경찰, 해경, 검찰 등 형사사법기관의 사건 진행 상황 등 형사사법정보를 온라인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작성자는 “사무실 복귀를 했는데, 아무도 이 사건에 대한 서류 작성을 안 해놓고 눈 끄고 가만히 있었다”며 “팀장은 휴대전화만 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본인(A 경위)이 직접 부상 상태로 검거 관련 서류를 작성했다”며 “서류를 전부 작성하고 혼자 쓸쓸하게 퇴근 후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았다. 같은 팀원들은 전부 나 몰라라 퇴근해버렸다”고 덧붙였다.

부산경찰청은 A 경위의 폭로와 관련해 정확한 진상을 파악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동아닷컴과 통화에서 “블라인드 글의 내용을 확인했다”며 “정확한 사실 관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