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몬 파체코 파르도 킹스칼리지런던 교수 겸 KF-VUB 한국석좌. 뉴시스
한국의 안보환경이 너무 악화된 만큼 자체 핵무장을 결정한다고 해도 대다수 국가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영국 교수의 주장이 나왔다.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 교수인 라몬 파체코 파르도는 16일(현지시간)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한국은 폭탄(핵무기)과 함께 잘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하며 이같이 평가했다.
파르도 교수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높아질 경우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곧장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정진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뒤따라 비슷한 발언을 했다”며 “한국의 핵 논의는 더는 정치 변두리에 있지 않으며, 북한의 군사 도발이 계속되면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르도 교수는 “한국이 스스로에게 묻는 것은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자체 핵무장을 했을 때 이득이 비용보다 많겠느냐 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이런 비용을 견딜 수 있는데, 이 비용은 핵확산금지 공동체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비용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르도 교수는 다만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신생 국가의 핵무기 개발을 대체로 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제재를 받은 나라들 중 하나이며, 세계 경제 강국인 한국도 비슷한 제재를 받으면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르도 교수는 그 예로 1992년부터 한국이 비핵화 공동 선언을 잘 따르고 있지만, 북한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북한의) 위협은 정확하게 한국의 도덕적, 법률적 우위를 유지해준다”며 “한국이 NPT 10조에 따라 이 조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북한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신무기. 뉴스1
그가 언급한 NPT 10조는 ‘자국의 중대한 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시 NPT 조약을 탈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의 심각한 안보 환경이 NPT 조약 탈퇴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파르도 교수는 “NPT 탈퇴가 한국을 비판의 표적이 되게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핵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식이 이런 평판 비용 및 외교 손실의 일부를 경감할 수 있다고 볼만한 근거가 있다”며 이스라엘의 핵 개발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핵 추진에 따른 비용을 부과할 수많은 국가에 소중한 전략적 파트너가 됐다. 한국은 협상 도구로 이런 고리를 활용할 수 있다”며 “이것이 현대 국제 관계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