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英교수 “韓, 안보환경 심각…核무장 해도 다른 나라가 이해할 것”

입력 | 2023-03-17 14:52:00


라몬 파체코 파르도 킹스칼리지런던 교수 겸 KF-VUB 한국석좌. 뉴시스



한국의 안보환경이 너무 악화된 만큼 자체 핵무장을 결정한다고 해도 대다수 국가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영국 교수의 주장이 나왔다.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 교수인 라몬 파체코 파르도는 16일(현지시간)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한국은 폭탄(핵무기)과 함께 잘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하며 이같이 평가했다.

파르도 교수는 2017년부터 벨기에의 브뤼셀자유대학(VUB)에서 한국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국석좌’(Korea Chair)를 겸임하고 있다. 그는 대표적인 한국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파르도 교수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높아질 경우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곧장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정진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뒤따라 비슷한 발언을 했다”며 “한국의 핵 논의는 더는 정치 변두리에 있지 않으며, 북한의 군사 도발이 계속되면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르도 교수는 “한국이 스스로에게 묻는 것은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자체 핵무장을 했을 때 이득이 비용보다 많겠느냐 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이런 비용을 견딜 수 있는데, 이 비용은 핵확산금지 공동체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비용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르도 교수는 다만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신생 국가의 핵무기 개발을 대체로 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제재를 받은 나라들 중 하나이며, 세계 경제 강국인 한국도 비슷한 제재를 받으면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안보 환경이 너무나 심각해 한국의 핵무장 결정이 대다수 국가들로부터 이해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파르도 교수는 주장한다.

파르도 교수는 그 예로 1992년부터 한국이 비핵화 공동 선언을 잘 따르고 있지만, 북한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북한의) 위협은 정확하게 한국의 도덕적, 법률적 우위를 유지해준다”며 “한국이 NPT 10조에 따라 이 조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북한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신무기. 뉴스1



그가 언급한 NPT 10조는 ‘자국의 중대한 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시 NPT 조약을 탈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의 심각한 안보 환경이 NPT 조약 탈퇴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파르도 교수는 “NPT 탈퇴가 한국을 비판의 표적이 되게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핵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식이 이런 평판 비용 및 외교 손실의 일부를 경감할 수 있다고 볼만한 근거가 있다”며 이스라엘의 핵 개발 사례를 언급했다.

파르도 교수는 “이스라엘은 공개적인 핵실험을 자제했음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며 “한국이 이스라엘의 선례를 따라 다른 나라들이 진행한 핵실험으로부터 수집된 자료들에 의존해 자체 (핵)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으며 이는(핵실험 없는 비밀 핵무장) 한국이 받을 평판의 타격을 확실히 줄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핵 추진에 따른 비용을 부과할 수많은 국가에 소중한 전략적 파트너가 됐다. 한국은 협상 도구로 이런 고리를 활용할 수 있다”며 “이것이 현대 국제 관계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