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부,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 신규 조성 2: 산단, 지역 경제와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 3: 산단 1274개…시대에 따라 트렌드 달라 4: 노후 산단, 4차 산업혁명 전초기지로 변신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 주말 홍수를 이룬 부동산 정보 가운데 알짜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가첨단산업벨트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첨단사업벨트 조성계획’(이하 ‘첨단사업벨트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이하 ‘회의’) 직후 나온 발언이었습니다.
이날 회의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둘러싼 치열한 글로벌 각축전에서 한국이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전략과 과제들이 집중 논의됐습니다. 그 결과가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이하 ‘육성전략’)이고, 국토부의 첨단사업벨트 계획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15개 산단은 규모도 큰 데다 지역은 물론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지역 부동산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정부 발표에 해당 지역 부동산은 크게 들썩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6800채 규모의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입니다. 이 아파트는 기반 시설 미비에 따른 수요 부족에 시달리며 ‘한숨시티’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산단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상황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매물이 사라지고, 지역 부동산공인중개업소에는 매물을 찾는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부동산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산단에 대해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올해는 산단을 만드는 기반이 된 ‘수출산업공업단지개발 조성법’(1964년 9월 14일)이 제정된 지 50년째가 되는 해입니다. 이 법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1호 산단이 우리가 잘 아는 ‘구로공단’입니다. 현재 서울디지털산업단지(구로디지털단지+가산디지털단지)로 불리는 곳입니다. 이후 국내 곳곳에 산단이 들어섰고, ‘한강의 기적’이 만들어졌습니다. 산단의 이모저모에 대해 정리해봅니다.
● 전국에 1274개 산단…부산 경남 일대에 밀집
1962년 2월 3일 거행된 국내 1호 산업단지인 ‘울산공업단지’(현재의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의 착공식 모습. 울산시 제공
산단 조성방식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계획을 세워 단지 위치를 정하고, 부지를 조성하는 ‘계획적 입지’와 개인이 필요에 따라 공장을 지어서 산단이 형성되는 ‘개별입지’,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산단은 ‘계획적 입지’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산업입지법에 따라 산단은 다시 국가산단, 일반산단, 도시첨단산단, 농공단지 등으로 나뉩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국내 1호 산단인 ‘울산공업단지’(현 ‘울산미포국가산단’)을 필두로 지난해 말까지 전국 산단은 모두 1274개입니다. 국가산단이 47개, 일반산단이 710개, 도시첨단이 41개, 농공산단이 476개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광역시 이상 지역에선 부산이 37개로 가장 많습니다. 이어 울산(29개) 대구(22개) 세종(18개) 인천(16개) 광주(14개) 대전(6개) 서울(4개)의 순입니다.
도 지역에서는 경남(208개)이 유일하게 200개가 넘습니다. 뒤를 이어 경기(193개) 충남(166개) 경북(152개) 충북(134개) 전남(106개) 등에 100개 이상의 산단이 조성돼 있습니다. 나머지 전북(90개)과 강원(77개)은 두 자릿수로 배치돼 있고, 제주(6개)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들 산단에 입주한 업체는 모두 11만 9281개이고, 고용 근로자는 229만 1998명입니다. 또 지난해 산단에서 생산된 물품은 모두 1271조 원어치, 수출액은 4460억 달러에 달합니다. 지난해 수출액(6839억 달러)의 64.7%에 해당합니다.
산단도 시대에 따라 유행을 타듯 조금씩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고도 경제 성장기에는 수출 전초기지로서의 산단 조성이 집중적으로 추진됩니다. 1960년대에는 섬유 신발 등 경공업, 1970년대에는 기계 화학 등을 중심으로 하는 중화학에 각각 초점이 맞춰집니다.
1980~1990년대에는 지역균형발전에 방점을 두고 호남권과 충청권에도 대규모 산단이 만들어지고, 농공산단 개발과 산단 입지규제 완화 등과 같은 정책들이 도입됩니다. 또 1980년대에는 조선 자동차 반도체 관련 산단이, 1990년대에는 컴퓨터 통신기기 등 정보기술(IT) 관련 첨단 산업 관련 산단 조성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IT와 함께 게임 바이오 등 지식집약산업 및 미래산업 성장을 위한 도시첨단산단이 각광을 받습니다. 또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이나 연구소와 연계한 산단 조성도 활발합니다.
특히 2008년은 산단 조성에 큰 변화를 가져온 때입니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산업입지 공급계획 권한이 이양되고 산업단지 인허가 간소화와 관련된 특례법이 제정된 것입니다. 이후 산단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산단 규모도 대규모에서 소규모로 바뀝니다.
● 전국 15곳에 국가산업단지 신규 지정 추진
국토교통부가 15일 발표한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계획에 따라 추진될 15개 국가산단 후보지 위치도. 동아일보 DB
정부는 15곳을 한국이 분야별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역대 가장 파격적인 수준으로 농지 및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를 완화할 방침입니다.
15개 후보지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곳은 경기 용인시 남사읍 710만㎡에 조성될 ‘K-실리콘힐즈(용인 시스템반도체 산단)’입니다. 삼성전자가 300조 원을 투입해 시스템반도체 중심 제조공장 5개를 짓고, 최대 150개 국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기업)과 연구기관 등을 유치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한 간접유발생산 효과는 약 400조 원, 고용 유발 효과도 160만 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충청권에는 대전, 천안, 청주, 홍성 등 4곳이 각각 첨단 산단 후보지로 지정됐습니다. 대전 유성구 530만㎡엔 ‘나노 반도체, 항공우주 산단’이 조성될 예정입니다. 이곳엔 나노 반도체 종합연구원이 설립되고, 제2대덕연구단지도 들어섭니다.
충남 천안 성환읍 417만㎡엔 ‘미래 모빌리티, 반도체 산단’이, 충북 청주 오송읍 99만㎡엔 ‘철도 클러스터’가 각각 만들어집니다. 충남 홍성 홍북읍 236만㎡는 ‘수소 미래차 2차전지 클러스터’ 후보지입니다.
호남권에는 광주, 고흥, 익산, 완주의 지역기반산업을 연계한 미래산업기지들이 조성됩니다. 광주 광산구 338만㎡는 ‘미래자동차 핵심 부품 산단’으로 조성돼 미래차 핵심 부품 국산화 전초기지로 활용됩니다.
전남 고흥 봉래면 173만㎡는 ‘우주발사체 산단’이 들어서 나로우주센터와 연계한 우주산업 클러스터로 변신하게 됩니다. 전북 익산 왕궁면 207만㎡는 ‘식품 산단’으로 개발됩니다. 전북 완주 동봉읍 165만㎡에는 ‘수소 저장 활용 제조업 산단’이 들어섭니다.
대구경북권은 대구, 안동, 경주, 울진이 미래차, 로봇, 원자력, 바이오 분야 산단 후보지로 지정됐습니다. 대구 달성군 329만㎡엔 ‘미래자동차 로봇 산단’이, 경북 안동 풍산읍 132만㎡에는 ‘바이오의약 산단’이 조성됩니다. 또 경북 경주 문무대왕면 150만㎡는 ‘소형모듈원전(SMR) 산단’, 울진 죽변면 158만㎡는 ‘원전 활용 수소 산단’이 각각 만들어집니다.
경남권에서는 경남 창원 북면 339만㎡가 ‘방위 원자력 산단’으로 지정됐습니다. 기존 창원 국가산단의 노후화 및 포화 상태를 고려해 생산, 첨단연구시설 단지로 조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원권에는 강릉 구정면 93만㎡가 ‘천연물 바이오(제약, 화장품, 건강식품) 산단’으로 지정됐습니다. 식물이나 동물 광물 미생물 등에서 추출한 물질(청정자원)을 활용한 건강식품이나 의약품, 화장품, 제약 관련 제조업체나 첨단바이오기업들이 유치될 예정입니다.
● 노후 산단 업그레이드 작업도 가동
정부는 2009년부터 지은 지 20년 넘은 노후 산업단지의 재정비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의 야경. 동아일보 DB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은 지 20년이 넘은 노후 국가산단은 모두 129곳에 달하고, 그 숫자는 2026년 156곳, 2031년 236곳으로 점점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가 경제 경쟁력의 전반적인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2009년부터 노후 산단 재생 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노후 산단 내 도로나 주차장, 공원 등과 같은 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지원시설 확충을 통해 산단의 경쟁력을 다시 키우는 사업입니다. 2009년 1차로 4곳을 선정한 뒤 지난해 말까지 8차에 걸쳐 모두 42곳이 대상사업지로 선정됐습니다.
정부는 2016년부터는 기반 시설을 재정비하는 수준을 넘어서 각종 문화·편의·지원 등과 같은 복합기능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노후산단 재생사업지구 활성화구역’(이하 ‘활성화구역’)입니다. 산단을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나갈 성장거점이자 청년 일자리 창출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활성화 구역은 ‘상상허브’로 불리기도 하는데, 도심 노후산단의 토지 용도를 유연하게 바꿔서 각종 산업지원 기능을 집적하고, 고밀도로 복합 개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계획대로 되면 노후 산단에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가 기대됩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활성화 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 대해서는 건폐율과 용적률을 완화해주고, 기존 노후산단 재생사업지구에 적용되던 개발이익 재투자 규제(용지 매각 수익의 25%)도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또 주택도시기금을 연 1.5~2.0%의 저금리로 우선 융자해줘 사업시행자의 금융비용 부담도 덜어주고 있습니다.
현재 활성화 구역 사업지구로 지정된 곳은 서대구 산단과 경기 성남 산단(2곳), 대전 산단, 부산 사상산단(2곳) 등 전국에 모두 6곳입니다. 이 가운데 준공(서대구 산단)됐거나 이미 시공 중(성남 산단, 대전 산단)인 곳은 3곳입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