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용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틈날 때마다 운동하는 게 진짜 운동” 나이 들수록 단백질 섭취량 늘려야 오전 5시 기상 반신욕으로 일과 시작 15년째 노젓기 운동으로 하루 마무리 캐틀벨 등으로 수시로 근력 운동
권순용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20년째 아침 식사로 콩가루와 우유를 섞어 마신 덕분에 탈모와 변비 증세가 없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콩은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며 이소플라본 성분이 뼈 건강에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권순용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63)는 여느 의사보다 바쁜 50대를 보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성바오로병원장과 은평성모병원장을 내리 지냈다. 지난해까지 3개 학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여기다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활동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만큼 운동할 시간은 줄어들었다. 헬스클럽에 갈 여유도 없었다. 대신 연구실과 집에서 짬을 내 운동했다. 잠이 모자라면 쪽잠을 자듯이 ‘쪽운동’을 한 셈이다. 권 교수는 “일부러 시간을 정해서 운동한다면 스포츠다. 일상 생활에서 틈날 때마다 하는 것이 진짜 운동”이라고 말했다.
●20년간 콩+우유로 아침 해결
그의 고향은 강원도다. 2,3개월마다 고향에서 생산된 쥐눈이콩을 공수한다. 방앗간에서 콩을 곱게 빻은 뒤 냉동실에 얼려둔다. 이 콩가루가 아침 식사다. 밥 먹는 숟가락으로 콩가루를 두 번 가득 떠 그릇에 담는다. 이어 티스푼으로 현미 쌀눈을 수북하게 떠 그릇에 추가한다. 거기에 흰 우유 300cc를 넣는다. 숟가락을 10초 정도 저으면 내용물이 모두 녹는다. 단숨에 들이킨다.
20여 년간 유지하고 있는 아침 식사법이다. 40대 중반이 됐을 무렵 머리카락이 희끗해졌다. 돌아가신 어머님은 당시에 콩을 먹으면 머리가 검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콩을 갈아서 아들에게 내밀었다. 초보 교수 시절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제대로 아침밥도 못 먹고 있었다. 간편하게 아침 식사를 대신할 수 있어 먹기 시작했다. 그 습관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것이다.
“가족이 모두 탈모가 조금씩 있는데 나만 머리숱이 많습니다. 콩에 들어있는 성분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콩 안에 있는 이소플라본 성분에 주목한다.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데 뼈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교수는 동물 실험을 통해 이소플라본의 이런 효능을 확인하기도 했다.
포만감도 꽤 있다. ‘콩 우유’ 식사를 한 후 시장기를 느껴 본 적이 한 번도 없단다. 장 건강에도 효과를 봤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변비 증세를 경험한 적이 없다. 이런 이점 덕분일까. 비슷한 또래의 동료 교수들은 나이가 들면서 영양제를 한두 개씩 먹지만 권 교수는 먹지 않는단다.
●단백질 넉넉히 먹고 반신욕 즐겨
콩을 좋아하지만 특정 음식만 먹는 원 푸드 다이어트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점심과 저녁에는 여러 반찬을 골고루 먹는 일반적인 식사를 한다. 단 고혈압 가족력이 있어서 짠 음식은 피한다. 이를테면 국은 싱겁게 해서 먹고, 짠 맛이 강한 찌개는 가급적 먹지 않는다. 또 한 가지는 배가 너무 부를 정도로 먹지 않는다. 이른바 소식(小食)이다. 권 교수에게는 음식 철학이 있다. 어떤 경우든 하루 단백질 권장량은 채운다는 것이다. 만약 점심이나 저녁에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했다면 집에 들어간 후 계란 두 개 정도를 추가로 먹는다.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매일 아침 콩과 우유를 먹는 것도 이런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콩은 가장 좋은 식물성 단백질로 평가받는다.
단백질을 챙기는 이유가 있다. 근육과 뼈 건강에 단백질은 필수다. 나이가 들면서 뇌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단백질이 있어야 한다. 권 교수는 “단백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먹어도 된다”며 “장수(長壽)에 있어 단백질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식사 말고도 즐기는 게 있다. 15년째 반신욕 애호가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자마자 욕실로 들어가 반신욕을 15분 정도 한다. 엉덩관절(고관절) 환자에게도 반신욕을 추천한다. 매일 15분 정도 가슴에 땀이 맺힐 정도로 반신욕을 하면 통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신욕을 할 때 상체의 체온은 낮고 하체 체온은 높다. 그 온도차를 극복하기 위해 심장 활동이 활발해진다. 그 결과 혈류량이 많아지고 순환이 잘 되면서 붓기와 통증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권순용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매일 저녁 거실에서 노젓기 운동을 15~30분 동안 한다. 권 교수는 60대 이후 고령자도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근력을 키울 수 있다며 적극 추천했다. 권순용 교수 제공
●매일 저녁 집에서 노젓기 운동
그는 선천적으로 고관절에 약간 이상이 있다. 수술을 많이 하다 보니 근력도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코어 근육 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집 거실에 노 젓는 동작을 도와주는 로잉머신을 들여놨다. 매일 퇴근한 후 15~30분 동안 열심히 노를 젓는다. 1분당 30회 정도의 노를 젓는데, 이 정도면 상당히 높은 강도에 속한다.이 운동은 15년째 지속중이다. 어떤 점이 좋을까. 일단 코어 근육과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 앉아서 하는 운동이라 체중이 무릎에 실리지 않아 관절에도 무리가 없다. 그러면서도 팔을 크게 휘젓다보면 어깨 근육도 탄탄해진다. 권 교수는 “노 젓기 운동 덕분에 지금까지도 장시간 수술도 거뜬하다”며 웃었다. 소음이 발생하지 않아 이웃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그는 60대 이상 고령자에게 이 운동을 권했다.
권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젊은 사람과 동일한 시간을 운동하더라도 운동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찍 퇴근한 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으로 나간다. 일주일에 평균 2회 정도는 이런 식으로 2시간씩 자전거를 탄다. 주말에는 더 먼 곳까지 간다. 경기 가평까지 80㎞ 정도 자전거로 달린 후 전철을 타고 귀가한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것도 소소한 운동이 된다. 주말에 가끔 시간이 날 때는 산을 찾아 트레킹을 한다.
이처럼 운동을 꾸준히 하는 까닭이 있다. 80세가 된 후에도 환자를 치료하고 싶단다. 그러려면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니까 현재의 노력은 미래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그는 “건강을 잃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60세 이후에 제2의 인생을 계획한다면 건강에 가장 신경을 쓰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캐틀벨 하나로 근력 운동 해결”
틈날 때마다 근력 운동을 하기에 좋은 것으로 캐틀벨을 추천했다. 장비가 큰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으며 운동 동작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8㎏짜리 캐틀벨을 연구실과 집에 각각 두고 틈나는 대로 운동을 한다. 몇 가지 동작만 따라해 보자. 각각의 동작은 12회씩 1~4세트를 하면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