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챗GPT에 자기소개서 첨삭 맡겨 ‘블라인드 평가’ 해보니… 공채 시즌 앞둔 기업들, 챗GPT 경계주의보
자기소개서 작성 등에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프로그램 ‘챗GPT’를 활용하는 취업준비생이 늘면서 올 상반기(1∼6월) 공개채용을 진행 중인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6일 여러 기업 인사담당자들에 따르면 기업들은 챗GPT를 활용한 자기소개서를 걸러낼 방법을 찾는 동시에 챗GPT를 사용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먼저 롯데그룹의 경우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통해 자기소개서 표절 여부를 가려낼 방침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AI가 1차적으로 표절 등을 판별한 후 인사팀이 검증을 병행하는 2단계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채용에서 챗GPT 등을 활용한 자기소개서나 모의 면접 답변을 별도로 판별하지 않을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체 직무적성검사(GSAT)와 면접 등의 채용 절차가 충분히 변별력을 가졌다고 본다”며 “‘GPT 제로’와 같은 챗GPT 사용 판별 프로그램은 따로 활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또 일부 기업은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는 점을 감안해 지원자들의 실무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다양한 채용 방식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챗GPT를 활용해 작성한 자기소개서 제출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률 전문가들은 “지원자가 거의 작성하지 않고 ‘대필’ 수준으로 AI를 활용한 경우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상 타인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기업이나 학교에 제출할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또는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다만 챗GPT가 써준 내용을 참고하거나, 첨삭을 받은 정도일 경우 위법 여부를 가리기 애매한 게 사실이다. 법무법인 보인의 천창수 변호사는 “챗GPT가 쓴 내용을 자신이 쓴 것처럼 그대로 사용하면 대필로 간주돼 공무집행방해나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지만 참고하거나 일부 도움을 받은 정도라면 현행법상 위법 소지가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발전하는 최신 기술을 올바로 사용하기 위해선 기업 등이 먼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