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금융사들이 부도 위기에 몰린 샌프란시스코 기반 은행 퍼스트리퍼블릭에 유동성을 지원하며 위기 진화에 나섰지만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으로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옛 모기업인 SVB파이낸셜그룹이 결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시장에서는 SVB와 비슷한 규모의 다른 중소형 은행의 추가 부실 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SVB파이낸셜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SVB가 유동성 부족과 지급 불능을 이유로 폐쇄한지 일주일만이다. 파산보호는 법원의 승인을 받아 기업의 채무이행을 일시 중지시키고 자산 매각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절차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SVB파이낸셜은 자회사인 SVB증권과 SVB캐피털은 파산보호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으며, 다른 자산에 대해서는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VB파이낸셜그룹은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에 각각 100억달러(약 13조1000억 원)에 달하는 자산과 부채를 기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법제도상 연방준비제도(Fed) 시스템의 일부인 SVB는 파산을 신청할 수 없다. 다만 모기업인 SVB파이낸셜은 파산 신청을 할 수 있다. 앞서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로 SVB의 유동성이 부족해지고 예금지급불능 사태에 이르게 되자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이에 따라 SVB와 모기업이었던 SVB파이낸셜과의 관계는 정리됐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