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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식물에게서 배우는 공존의 법칙

입력 | 2023-03-18 03:00:00

◇식물, 국가를 선언하다/스테파노 만쿠소 지음·임희연 옮김/188쪽·1만8000원·더숲




지구의 주인은 누구일까. 이탈리아 피렌체대 교수이자 세계적 식물생리학자인 저자는 “식물”이라고 말한다. 표면적이 5억1000만 ㎢에 달하는 지구는 우리가 사는 공동주택인데, 이 주택의 총 책임자는 지구 전체 단위 면적당 생물체량의 80%를 차지하는 식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식물이 만든 생태 조건과 규칙이 ‘지구의 헌법’을 결정했다고 보고 주권과 평등권, 불가침권 등 식물 생태계가 만든 8가지 ‘헌법’ 규정을 정리했다.

‘이주의 자유’는 식물은 물론이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에게 필요한 권리 중 하나다. 식물은 씨앗을 퍼뜨려 자기 존재를 확장하고, 생존을 위해 터전을 옮기며 이주의 자유를 추구한다. 일례로 스웨덴에서는 1955년까지 해발 1095m 이상 높이에서 단 한 그루도 발견되지 않았던 ‘털자작나무’가 오늘날 1400m 고도에서 자라고 있다. 전쟁이나 재난 위기를 겪은 인간에게도 이주의 자유가 필요하듯, 식물에게도 그렇다는 얘기다.

저자는 공생을 추구하는 식물의 ‘상호부조’ 법칙이야말로 인간이 특히 본받아야 할 핵심 가치라고 강조한다. 균류과 식물 뿌리가 결합한 마이커라이지(Mycorrhizae·균근)가 대표적이다. 균류는 식물에게 인과 질소를 공급해주는 대가로 생명 유지에 필요한 탄소를 공급받는다. 살아남기 위해 공생의 길을 선택한 것. 저자는 “협력은 생명체가 번성하는 힘”이라며 “우리는 식물의 관계에서 공존의 예술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