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국가를 선언하다/스테파노 만쿠소 지음·임희연 옮김/188쪽·1만8000원·더숲
지구의 주인은 누구일까. 이탈리아 피렌체대 교수이자 세계적 식물생리학자인 저자는 “식물”이라고 말한다. 표면적이 5억1000만 ㎢에 달하는 지구는 우리가 사는 공동주택인데, 이 주택의 총 책임자는 지구 전체 단위 면적당 생물체량의 80%를 차지하는 식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식물이 만든 생태 조건과 규칙이 ‘지구의 헌법’을 결정했다고 보고 주권과 평등권, 불가침권 등 식물 생태계가 만든 8가지 ‘헌법’ 규정을 정리했다.
‘이주의 자유’는 식물은 물론이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에게 필요한 권리 중 하나다. 식물은 씨앗을 퍼뜨려 자기 존재를 확장하고, 생존을 위해 터전을 옮기며 이주의 자유를 추구한다. 일례로 스웨덴에서는 1955년까지 해발 1095m 이상 높이에서 단 한 그루도 발견되지 않았던 ‘털자작나무’가 오늘날 1400m 고도에서 자라고 있다. 전쟁이나 재난 위기를 겪은 인간에게도 이주의 자유가 필요하듯, 식물에게도 그렇다는 얘기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