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호 부산화물직접운수사업자협의회 본부장
부산화물직접운수사업자협의회 황선호 본부장은 17일 부산 남구 협의회 사무실에서 “정부와 여당이 안전운임제 대신 표준운임제를 도입하려는 건 화물운송업의 실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오직 화주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정부가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의 불씨가 된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강제성이 없는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컨테이너화물 운수업계 등의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정한 운임에 매이지 않고 화주가 자율적으로 운임을 정해 운송계약을 쳬결하면 화물운수사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부산화물직접운수사업자협의회 황선호 본부장(55)은 1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화주단체의 왜곡된 주장을 수용해 화물 운수업 전체를 위기에 빠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협의회는 주로 수출입 컨테이너화물을 실제로 배차 및 운영하는 부산지역 300여 개 업체 및 전국 각지의 운수사들로 구성돼 있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운송영업 없이 번호판만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이른바 ‘지입전문 운수사’를 시장에서 퇴출하고, 안전운임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화물운송 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황 본부장은 “이제 화주는 운수사에 최저의 운송료를 요구할 텐데, 과연 살아남을 회사가 몇이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통상 1, 2년 단위로 진행되던 계약이 1개월씩 연장되는 형태로 전환되면서 시장은 급속히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며 “화주들은 운송료를 낮출 수 있는 표준운임제의 시행만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화주들은 화물운임을 정부가 강제하는 건 헌법이 보장하는 계약체결의 자유, 재산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시켜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도 현행 과태료 제도가 화주들에게 과도하다며 완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운수사들의 반발은 상당하다. 특히 화물운송 업계 안팎에선 정부 정책의 ‘을끼리의 싸움을 조장한다’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황 본부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나라 수출입 산업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졌는데, 정부가 운수업체의 역할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현실을 무시한 일방통행식 정책은 물류뿐 아니라 수출입 산업 전체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