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계, 대응책 마련 분주 정보공개 의무 등 위협요인 희토류 등 공급망 다변화 필요 유럽 공장둔 배터리 수혜 가능성
유럽연합(EU)이 16일(현지 시간)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라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과 ‘탄소중립산업법(NZAI)’ 초안을 발표함에 따라 국내 업계에 미칠 득실을 계산하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탄소중립산업법 등에 따라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를 최우선적으로 낮춰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CRMA 초안은 ‘전략적 원자재’와 관련한 각 밸류체인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65% 이하로 낮추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전략적 원자재’는 핵심 원자재 중에서도 구리, 코발트, 망간, 니켈 등 16가지를 따로 선별해 두고 있다. CRMA는 2030년까지 이 전략 원자재의 채굴과 제련 및 정제는 EU 연간 소비량 대비 각각 10%, 40%를 EU 내에서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EU집행위가 선정한 ‘전략적 원자재’는 중국에서 채굴·가공된 것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EU는 희토류와 리튬 등 주요 원자재의 90% 이상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도 예외는 아니다. 원자재에 중국산 비율이 상당한데 앞으로 이에 대한 비중을 낮춰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EU는 NZAI를 통해 탄소중립 전략산업의 제조역량을 2030년까지 EU 연간 수요의 40% 수준으로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태양광, 배터리, 풍력발전, 탄소 포집 등의 기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40%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인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공공 및 민간 자금을 활용해 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 3사 중에서는 삼성SDI와 SK온이 헝가리,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 배터리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 내에 생산시설을 갖춘 업체들에 인센티브가 부여된다면 이들 기업도 일정 부분 수혜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 주요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업체 중에서는 지난해 2월 포르투갈 풍력 업체를 인수한 씨에스윈드 이외에는 EU 역내에 생산시설을 갖춘 곳이 없다.
해당 초안은 최종 법제화되기 전까지 1년가량 논의를 거치며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EU 내에서도 해당 법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내용이 상당 부분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국내 배터리나 자동차 업체들은 유럽에서의 생산을 점차 늘려나가는 상황이라 법안 통과로 당장 부정적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요인이 계속 발생하면 한국 내 제조산업 경쟁력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