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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미래 위한 연금개혁’ 정치생명 걸고 추진하는 마크롱

입력 | 2023-03-20 00:00:00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금 수령 시점을 2년 늦추는 연금개혁안을 하원 표결 없이 입법하는 초강수를 뒀다. 헌법으로 보장된 정부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지만,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고 노동계가 대규모 반대 시위에 나서는 등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자칫 레임덕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정치생명을 걸고 미래를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16일 프랑스 정부는 연금 수급을 시작하는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고,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한 노동 기간을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늘리는 개혁안을 하원 표결 없이 통과시키기로 했다. 정부가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때 의회 표결을 생략하고 정부가 입법할 수 있도록 한 헌법 49조 3항에 근거했다. 앞서 법안이 상원의 문턱을 넘었지만 하원에서는 통과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2030년 연금 적자가 135억 유로(약 1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재정 파국을 막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여론 악화와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 연금개혁을 밀어붙이는 프랑스 정부의 뚝심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와 정치권은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외치면서도 정작 책임은 서로에게 미루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4월까지 연금개혁안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철회하고 보험료율 조정 등 ‘모수(母數)개혁’을 정부로 떠넘겼다. 정부는 연금개혁이 시급하다면서도 정부 개혁안은 10월, 최종안은 2027년에나 발표하겠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

연금개혁이 미뤄질수록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급속도로 늘어난다. 정부가 1월 내놓은 국민연금 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2055년으로, 5년 전 추계보다 2년 앞당겨졌다. 저출산·고령화 가속화로 고갈 시점은 해마다 점점 빨라질 것이다. 예고된 재앙에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주판알만 튀기며 누구도 총대를 메지 않으려는 상황이 개탄스럽다. 연금개혁의 동력이 사라지기 전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미래를 걸고 도박을 할 순 없다. 이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마크롱 정부의 결기 어린 호소를 우리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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