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월급은 사라졌지만 연금은 몇 년 더 있어야 나온답니다.”
대다수 직장인들이 은퇴하자마자 이 같은 소득 공백과 마주하게 된다. 퇴직한 다음 노령연금을 받기까지 소득 공백을 메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 중 하나는 ‘조기노령연금’을 청구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 되면 60세 이후에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노령연금을 개시하는 시기는 가입자의 출생 연도에 따라 정해져 있다. 하지만 반드시 정해진 시기에 연금을 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입자가 희망하면 개시 시기를 최장 5년까지 앞당길 수 있는데, 이를 ‘조기노령연금’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노령연금을 언제 받는 게 나을까. 지금부터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할 때 점검해야 할 점을 살펴보자.
조기노령연금을 청구하려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아야 한다.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소득이 아예 없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가입자의 월평균 소득이 ‘A값’보다 적으면 된다. 월평균 소득은 당해연도 가입자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금액을 합산한 다음 이를 당해연도 종사 월수로 나눠 산출한다. 월평균 소득을 산출할 때 근로소득공제와 필요경비를 빼고 계산한다. ‘A값’은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소득 월액이라 할 수 있는데, 2023년 A값은 286만1091원이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쳐 월 소득이 286만 원을 넘지 않으면 조기노령연금을 청구할 수 있다.
[CHECK 2] 일찍 받는 대신 적게 받아도 될까
[CHECK 3] 기대수명과 생존 확률은 고려했는가
적게 받더라도 일찍 받는 게 유리할까. 대답은 가입자가 몇 살까지 사느냐에 달렸다. 다시 홍길동 씨 사례로 돌아가 보자. 58세 때 홍 씨의 기본연금액을 산정했더니 월 150만 원(연 1800만 원)이 나왔다. 연금액은 물가 상승에 맞춰 매년 3%씩 증가하고, 홍 씨에게 부양가족은 없다고 가정한다. 이 같은 조건에서 홍 씨가 58세에 연금을 개시했을 때와 63세에 개시했을 때 누적 연금 수령액을 비교해 보자.
연금을 받아 저금통에 넣지 않고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까. 예상대로 연금을 받아서 투자하면 적립금 규모가 역전되는 시점이 늦춰진다. 하지만 많이 늦춰지지는 않았다. 투자 수익률이 연평균 3%면 74세, 5%면 76세, 7%면 80세에 역전이 일어난다. 하지만 투자 수익을 높이려면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홍 씨가 연평균 5% 수익률을 낸다고 해보자. 이 경우 홍 씨가 75세 이전에 사망한다면 5년 조기 수령하는 게 유리하지만, 76세 이후에도 살아있으면 손해다. 하지만 홍 씨가 몇 살까지 살지는 아무도 모른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생명표를 통해 기대여명과 생존 확률을 참고할 수 있을 뿐이다. 통계청의 2021년 생명표에 따르면 58세인 사람의 기대여명은 85.6세(남 83.2세, 여 88.3세)다. 60세인 사람이 75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남성은 81.9%, 여성은 92.6%다.
[CHECK 4] 건강보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는가
최근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서 탈락하지 않으려고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는 이들도 있다. 피부양 자격을 인정받으려면 재산세 과세표준이 5억4000만 원 이하이고, 연 소득도 200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재산세 과세표준이 5억4000만 원 초과 9억 원 이하이면 연 소득이 1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하지만 물가 상승에 맞춰 해마다 연금액이 인상되기 때문에 피부양자 자격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소득 요건만 충족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재산세 과세표준이 늘어나서 피부양자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지역가입자가 됐을 때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보다 조기노령연금 청구로 줄어드는 연금액이 더 큰지도 고려해야 한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