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바둑의 신(神)’과 대국을 한다면 몇 점을 놓아야 할 것 같습니까?”
구글 딥마인드사가 개발한 AI(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나오기 전까지 ‘바둑 신과의 치수’를 묻는 이 질문에 프로기사들의 답은 통상 “석 점이면 충분하다”였다. 여기서 치수란 상수와 하수의 실력 차이를 나타내는 돌의 개수를 의미하는데, 개수가 많을수록 실력 차가 크다는 뜻이다. 현재 프로기사들과 AI의 치수가 최소한 석 점은 되니, AI 바둑은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알파고가 프로기사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한 이후, AI 바둑은 발전을 거듭하여 인간과의 실력 차도 나날이 벌어졌다. 그런데 지난달 18일 미국 유력지 파이낸셜타임스는 놀라운 소식을 보도하였다. 아마추어 바둑기사인 한 미국인이 AI 바둑의 약점을 공략하여 최강의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인 카타고(Katago)를 상대로 압도적 승리를 하였다는 소식이다.
1년간 AI를 연구하며 놀란 점은 수개월간 학습시킨 수준 높은 AI도 바둑을 갓 배운 초보자가 볼 수 있는 ‘축(逐)’을 못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알파고 등 최강의 AI도 인간이 인위적으로 ‘축’ 상황을 알려줘서 인지하는 것이지 스스로 학습하여 깨우친 것이 아니다. 바둑의 ‘축’을 학습하는 능력면에서는 AI가 초등학생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챗GPT 등 대화형 AI가 대중에게 알려지며 신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AI의 발전에 따라 세계는 분명 무한경쟁시대로 한발 더 나아갈 것이다.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은 앞서 나갈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수 있다. 기술혁신에 따라 단순 반복 작업이 기계로 대체되는 현상은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AI 기술이 침투하는 속도는 산업별로 다를 수 있다. AI는 가끔 치명적인 오류를 도출하는데, AI를 생성하는 현재의 ‘딥러닝(deep learning) 방식’하에서는 오류의 원인을 파악하고 수정하는 것이 극히 어렵다. 이러한 약점으로 인해 AI는 일부 분야에서 훌륭한 참고자료는 될지언정 인간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수 있는데, 특히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 타인의 잘잘못을 판단하는 분야, 오류 발생 시 책임 소재가 중요한 분야 등에서 그러하다. 낮은 확률일지라도 치명적 실수를 반복하는 AI에게 자신의 생명과 운명을 맡길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반면 지금까지 인간의 고유영역이라고 믿어왔던 창의성이 요구되는 분야가 오히려 AI에 빠르게 잠식될 수 있다. 바둑만 보더라도 AI는 인간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는 대단히 창의적인 수를 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기술을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