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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2시간10분대… 스물 넷 박민호, 마라톤 희망 쐈다

입력 | 2023-03-20 03:00:00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국내 남자부 우승 박민호



19일 열린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국내 엘리트 선수 남자부에 출전한 박민호(코오롱)가 2시간10분13초의 개인 최고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지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시간10분13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박민호(24·코오롱)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잠시 흐느꼈다. 결승선 너머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지영준 코치(42)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박민호는 19일 열린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4월 이 대회에서 작성한 2시간11분43초를 1분 30초 앞당겼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국내 선수 중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목표로 삼았던 2시간9분대 기록엔 못 미쳤기 때문이다. 박민호는 “골인 지점 100m 정도를 남겨두고 전광판을 봤는데 2시간 1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기쁘면서도 너무 아쉬웠다. 많은 분이 응원해 주셨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박민호의 기록은 침체 일로를 걷던 한국 남자 마라톤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던졌다. 풀코스에 처음 도전한 2019년 2시간15분45초를 기록한 그는 2021년 2시간13분43초, 2022년 2시간11분43초를 찍은 데 이어 2시간 9분대 문턱까지 도달했다. 케냐 출신 귀화 선수인 오주한(청양군청)을 제외하고 한국 선수가 2시간10분대 이내에 풀코스를 완주한 건 12년 만이다. 정진혁이 2011년 서울마라톤에서 2시간9분28초를 기록했다.

박민호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아경기 출전권 확보도 유력해졌다. 대한육상연맹은 올해 1월부터 4월 사이에 열리는 국내외 마라톤 대회 기록을 살펴 항저우 대회에 나갈 국가대표를 남녀 2명씩 선발한다. 박민호는 “개인 기록을 경신한 데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내일이면 또 평소 하던 대로 회복운동과 트레이닝을 하면서 다음 대회를 준비할 것”이라며 “항저우 아시아경기에서도 금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면서 뛰겠다”고 말했다.

그가 잡은 더 높은 목표는 2시간 6분대 진입이다. 남자 마라톤 한국 기록은 이봉주가 2000년 세운 2시간7분20초다. 그는 “2시간6분대에 맞춰 지 코치님과 훈련하고 있다. 오늘 2시간9분대를 찍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절대 약해지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황영조 선배님이나 이봉주 선배님이 해냈던 큰일을 저도 한번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좋은 성과에도 갈 길은 여전히 멀다. 8월 헝가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마라톤 출전 기준 기록은 2시간9분40초다. 2024년 파리 올림픽 기준 기록은 2시간8분10초다.

박민호는 1년 365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매주 200∼210km를 꾸준히 달린다. 쉴 때는 푹 쉬고 몸에 좋은 음식을 골라 먹는다. 소속 팀 코오롱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코오롱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케냐 출신 베테랑 마라토너 아이작 키플라갓(39)을 박민호의 훈련 파트너로 영입했다. 키플라갓은 이번 대회에서 박민호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맡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인 지 코치는 “(박)민호는 나이가 어리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2시간 6분대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 마라톤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재목”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