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서울마라톤 40개국 3만여명 참가 에티오피아, 男 국제부문 1∼5위 박민호, 男국내 12년만에 최고기록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이 4년 만에 다시 서울 도심을 달렸다.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이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에 이르는 42.195km 코스에서 열렸다. 40개국 3만1500여 명의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이 ‘봄날의 도심 레이스’를 만끽했다. 서울마라톤 마스터스 부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지난 3년간 오프라인 대회를 열지 못했다. 마스터스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을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교통통제 협조해주신 시민께 감사드립니다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이 19일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교통 통제에 따른 불편을 감수하고 대회를 성원해 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서울시, 서울경찰청, 대한육상연맹, 자원봉사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이 4년 만에 다시 ‘마스터스 러너들의 축제’로 열렸다.
40개국 3만1500여 명의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이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에 이르는 42.195km 풀코스를 비롯해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출발한 10km 부문에 참가하면서 ‘봄날의 서울 도심 레이스’를 즐겼다. 풀코스를 2명 또는 4명이 나눠 달리는 릴레이도 함께 열렸다. 세계육상연맹(WA)이 인증한 국내 유일의 플래티넘 라벨 대회이자 세계육상문화유산인 서울마라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지난 3년간 마스터스 부문이 정상 개최되지 못했다. 그 대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앱을 이용해 각자 원하는 코스를 달린 뒤 완주 기록을 온라인에 등록하는 비대면 버추얼 레이스로 진행됐다.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6·25전쟁 정전 70주년 기념 공식 엠블럼이 새겨진 등번호를 달고 뛰었다.
“마라톤이 삶의 원동력” 84세부터 10세까지 서울 달렸다
서울마라톤 시민들 참가 열기
엄마 손 잡은 어린이 “10km 완주”
외국인 “뛰면서 서울 풍경 감상”
안철수-권오갑 등 정재계도 참가
10km 코스에 참가한 신효원 이지현 신하경 씨(가운데 사진 왼쪽부터)가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 앞 도로에서 출발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4년 만의 도심 축제 즐긴 시민들
풀코스에 참가한 배종훈 씨(57)가 근육이 점차 경직되는 희소병(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아들 배재국 씨(27)의 휠체어를 밀며 뛰는 모습. 박영대 기자sannae@donga.com
이날 출발 3시간 전인 오전 6시경부터 풀코스(42.195km) 출발점인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는 참가자가 하나둘 모였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상 2도로 쌀쌀한 편이었지만 모인 이들은 쉴 새 없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운을 북돋웠다.
오철환 씨(76)는 “4년 만에 참가하는 이번 대회를 위해 서울 광진구 집에서 경기 고양시까지 뛰며 몸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2011년 동아마라톤을 뛰면서 마라톤을 시작해 고지혈증과 당뇨가 완치됐다”며 “건강과 함께 어떤 어려운 일도 열심히 하면 이뤄낼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고 밝혔다.
최고령 참가자인 이종대 씨(84)는 올림픽공원에서 출발하는 10km 코스에 참가했는데 ‘인생은 60부터, 건강하게 삽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달려 눈길을 끌었다. 이 씨는 “주변에서 나이가 많다며 말리지만 죽기 직전까지 달리고 싶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12km를 뛰며 연습했기 때문에 오늘도 자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1시간 5분 만에 코스를 완주했다.
● “K팝 좋아해 K마라톤에 도전”
국내 유일의 세계육상연맹 최고 등급(플래티넘 라벨) 대회로 세계 육상 문화유산에도 선정된 만큼 외국인 참가자도 많았다. 자신을 ‘K팝 마니아’로 소개한 태국인 푼자윗 삐띠시리팍 씨(27)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마라톤 10km 코스에 참가하게 됐다. 오늘 뛰면서 둘러볼 도심의 모습이 기대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영국인 티머시 반드카스타르 씨(33)는 “한국인 아내와 두 살 아이의 응원을 받으며 참가했다”며 “서울 풍경이 예쁘다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오늘 마라톤 풀코스를 통해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색 복장을 한 러너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마블 캐릭터 ‘아이언맨’ 복장을 한 성기민 씨(35)는 약 40km 지점부터 ‘플로깅’(달리면서 쓰레기 줍는 활동)을 하며 달렸다. 그는 “특이한 복장을 활용해 ‘환경 보호에 힘쓰자’는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마블 캐릭터 ‘헐크’ 복장과 가면을 쓴 안종천 씨(42)는 “같이 달리는 많은 분들께 힘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헐크 코스프레를 결심했다”며 “오늘로 마라톤 대회 출전 150번째인데 4년 동안 코로나19로 뛰지 못했던 한을 풀었다”고 했다.
이날 대회에는 정재계 인사와 연예인 등도 참여했다. 2인 릴레이 코스에 참가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42.195km를 아내와 절반씩 나눠 4시간 55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고 말했다. 이날 10km 코스를 1시간 13분에 완주한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13년 만의 마라톤 도전이라 걱정했지만 달려 보니 15, 20km도 뛸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음엔 1시간 안에 들어오고 싶다”고 했다. 배우 박보검과 이영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10km 코스를 45분대에 완주했다.
1117회 풀코스 완주 노익장 “2000회가 목표”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대회가 19일 시민 3만1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4년 만에 정상 개최됐다. 이날 대회까지 풀코스를 1117회 완주한 한옥두 씨(82)가 풀코스 출발지인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달리며 몸을 풀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한옥두 전 동아창호 회장(82·사진)은 달리기 전 몸을 풀며 각오를 다졌다.
1980년대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42.195km 풀코스만 1116회 완주한 한 전 회장은 “젊은 시절 앞만 보고 일했는데, 함께 사업을 하던 아들이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 때문에 세상을 떠났고 사업까지 부도가 났다. 정말 살고 싶지 않았다”며 “그때 술독에 빠져 살 뻔한 나에게 마라톤이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었다. 마라톤은 내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한 전 회장은 또 “마라톤은 남다른 각오가 없으면 못 뛰는 운동인 만큼 이번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릴 것”이라며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마음껏 뛰고 싶다”고 했다. 이날 한 전 회장은 5시간 30여 분 만에 결승점을 통과하며 1117회 완주를 기록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