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외환거래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롤렉스, 에르메스 등 고가 명품과 와인 접대를 받고 외국인 투기 세력의 불법 외환거래를 도와준 NH선물 직원 5명을 기소했다.
또 해외로 도주한 외국 인투자자 등 2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공조수사 중이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NH선물 A(42)팀장을 구속기소하고 B(39)차장 등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해외로 도주한 외국인 투자자인 중국 국적 홍콩인 F(42)씨, F씨의 직원 G(39)씨에 대해서는 범죄인 인도 청구와 인터폴에 적색 수배 조치하고 한국인 G씨에 대한 여권무효화 조치를 완료했다.
◆롤렉스, 에르메스, 고가 와인 받고…7조원대 불법외환거래 돕고
NH선물의 1개 팀 전원은 7조원대 불법 외환거래를 도와주고 에르메스, 롤렉스 등 고가 명품 등을 수수했다. 해당 브랜드 제품들은 일정 금액, 횟수 이상을 구매해야 구매 자격이 주어지고 구매신청을 하고서도 최소 몇 달이 지나야 받을 수 있어 중고가격이 오히려 더 비싸게 형성되는 제품이다.
A씨와 B씨는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파생상품 소요자금인 것처럼 허위 내용의 자금확인서를 첨부해 송금신청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은행 직원을 기망해 420회에 걸쳐 5조7845억원 상당 외화를 송금함으로써 은행 직원의 외화송금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20년 9월부터 2022년 1월까지 F씨로부터 명품 시계(3097만원 상당), 명품 가방(1314만원 상당), 현금 1000만원, 고가 와인 접대(424만여원 상당) 등 합계 5835만여원 상당 재산상 이익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 범죄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 수재 등)로도 기소됐다.
B씨는 2020년 1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F씨로부터 명품 가방(2435만원 상당), 고가 와인 접대(372만여원 상당) 등 합계 2807만여원 상당 재산상 이익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C씨는 명품 가방(1269만원 상당)을, D씨는 명품 지갑(121만원 상당), 고가 와인 접대(274만여원) 등을, E씨는 명품 가방(436만원 상당), 스카프(62만원 상당), 고가 와인 접대(424만여원) 등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생상품 소요자금인 것처럼 외화 송금 신청…NH선물 직원, 알고도 묵인
비거주자인 F씨는 외국환거래가 엄격하게 제한돼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가상자산 거래로 인한 수익금(원화)를 외국환으로 환전해 해외에 있는 회사로 송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외국환거래 규정에 따라 외국환 매각 실적이 있는 경우 그 실적 범위 내, 그러한 실적이 없는 경우 1만불 이내에서 내국지급수단을 대가로 외국환을 매수할 수 있다. 자금의 취득 경위를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해 외국환은행 장의 확인을 받은 경우에 한하여 내국지급수단의 대가로 외국환을 구입할 수 있다.
이에 F씨는 장내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경우 비거주자의 투자관련자금 송금이나 회수가 비교적 자유로운 점을 악용했다.
NH선물에 마치 파생상품 소요자금인 것처럼 외화 송금을 신청했고 고가 명품 등을 수수한 A씨와 B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F씨의 신청대로 해외에 있는 회사 계좌로 외화를 송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심각한 도덕적 해이…검찰, 금융감독원과 협업해 수사 진행
이상 외환거래 관련 비은행권 최초로 이뤄진 NH선물에 대한 수사에서 직원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외환관리 사각지대를 확인했지만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매우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팀장을 포함한 팀원 전체가 업무관련자로부터 수천만원의 명품 등을 수수하고 고가 와인 등의 접대를 받으면서도 이를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팀원이 전혀 없는 등 도덕적 해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던 점, 관련 규정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금품 수수 대가로 매우 이례적인 규모의 외환거래가 이뤄짐에도 회사에서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위해 금융감독원(금감원)은 7조원 상당의 방대한 계좌 거래내역, 해당 외환거래 관련 절차 및 규정, 혐의 내용 등에 대해 단기간에 충실하게 조사한 후 해당 자료를 검찰에 이첩했다.
수사 참고 자료 이첩 후에도 금감원은 조사내용이나 관련 법령, 거래에 대한 내용 등 공유하며 긴밀하게 협업해 파생상품 거래 등 금융 관련 전문 분야 수사에서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해외로 도주한 F씨의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데 주력해 113억 상당 집합투자 증권과 차명계좌에 보관 중인 예금 20억원을 추징보전 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합법적인 외국인 투자를 가장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막대한 범죄수익을 취득하고 이를 해외로 빼돌린 외국인 투자자 등을 송환해 법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내외 법집행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보전 조치한 재산 외에 국내에 보유 중인 재산이 있는지 계속 수사하고 해외로 빼돌린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구=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