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어머니와 친아버지의 상습 학대로 지난달 7일 사망한 초등학생이 사망 전날인 지난 6일 집 인근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인천의 한 초등학생이 의붓어머니와 친아버지의 상습 학대로 온몸에 멍이 든 채 사망한 가운데, 사망 이틀 전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가 공개됐다. 영상 속 아이는 멍한 표정을 짓거나 극도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16시간 의자에 결박되는 학대를 받기도 했다.
1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달 7일 학대로 숨진 초등생 A 군(11)의 집 내부와 인근 CCTV를 공개했다.
사망 이틀 전 상황이 담긴 집 내부 CCTV를 보면 A 군의 얼굴은 바지로 가려져 있고 팔다리는 의자에 묶여있다. 계모가 커튼 끈으로 그를 결박한 뒤 ‘홈캠’으로 감시한 것이다. 계모는 홈캠 스피커를 통해 욕설과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또 아이를 새벽 5시에 깨워 성경 필사를 지시했다. A 군은 지난달 5일 오후 5시부터 6일 오전 9시까지 총 16시간 홀로 결박돼 있었다.
A 군이 지난달 5일 오후 5시부터 6일 오전 9시까지 집에서 의자에 홀로 결박돼 있다. 얼굴은 바지로 가려져 있고 팔다리는 의자에 묶여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배기수 아주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영양 결핍이 심했던 상태 같다. 아주 나쁘단 얘기”라며 “이때가 구사일생의 기회였는데, 이때만 입원시켰어도 절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A 군은 편의점에 들른 다음 날 인천의 한 병원 응급실에 심정지 상태로 도착했다. 당시 키 149㎝에 몸무게 29.5㎏으로 야윈 모습이었다. 계절에 맞지 않는 얇은 속옷 재질의 더러운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그의 몸에는 발생 시기가 다른 멍들이 가득했고 허벅지에는 뾰족한 것에 찔린 상처가 수십 군데였다. 이를 본 의료진이 아동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계모와 친부의 학대 사실이 드러났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왼쪽)와 계모가 지난달 16일 오전 인천 미추홀경찰서와 논현경찰서에서 각각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두 사람은 초기 경찰 조사에서 “멍은 아들이 자해해서 생긴 상처”라고 부인했지만 추궁 끝에 일부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계모는 “아들이 말을 듣지 않아 지난해 1월부터 때리기 시작했다”며 “사망 당일 A 군을 밀쳤는데, 넘어져 일어나지 않아 남편에게 연락했다”고 말했다. 친부는 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올해에는 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