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 AP 뉴시스
친중(親中) 성향인 야당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전·현직 대만 총통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집권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현 대만 총통은 이달 중 미국을 방문해 하원의장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미중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가 양국의 대리전 양상을 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마잉주, 양안 긴장 고조 속 방중
마잉주 전 대만 총통. AP 뉴시스
국민당은 독립 성향이 강한 민진당에 비해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선호한다. 마 전 총통이 재임한 2008년~2016년은 양안 화해 무드가 최고조에 달했다. 그는 2015년 싱가포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도 할 정도였다.
민진당과 총통부는 마 전 총동 방중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총통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 그가 중국에 가려면 반드시 총통부에 신고해야 한다. 아직 관련 신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민진당은 “마잉주가 2300만 대만 인민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차이잉원, 미 하원의장 만날 듯
자유시보을 비롯한 대만언론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중미 우방국 과테말라 벨리즈 등 2개국 순방 과정에서 미국 뉴욕을 경유하고 귀국길에는 캘리포니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을 의식해 직접 미국으로 가지 못하고 중남미 국가를 경유하는 슬픈 ‘경유 외교’ 전통을 따르는 것이다.
다만 대만 언론은 미 ‘로널드 레이건 재단’ 초청을 받아 차이 총통이 연설하게 되는 캘리포니아 남부 레이건 도서관에서 미 권력 서열 3위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만약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이 회동한다면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처럼 중국이 강하게 반발해 군사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 정부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의 위협에 맞서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뤄즈정 민진당 입법위원은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는 원래부터 계획된 것”이라며 “중국은 대만이 어떤 시간, 어떤 장소에서 누구를 만나는 것을 결정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중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내년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과 국민당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민진당은 3연임 제한으로 출마하지 못하는 차이 총통 대신 라이칭더 부총통 겸 당 주석을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민진당은 다음달 12일 총통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