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 국내 첫 장기 기증 기념 조형물이 서 있다. 조형물의 구 3개는 장기 기증자와 유가족, 그리고 이식인을 각각 상징한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23년 전 이맘 때 세상을 떠난 아들 생각이 나 울컥했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공간이 생겨 감사할 따름입니다.”
장기 기증인 유가족 모임 ‘도너패밀리’ 회장 강호 씨(68)는 최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을 찾았다. 장기 기증인의 뜻을 기리고 장기기증운동을 기념하는 국내 첫 조형물이 설치됐다는 말을 듣고서다.
서울시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함께 최근 장기기증운동 기념 조형물을 보라매공원에 설치했다고 20일 밝혔다. ‘나누고 더하는 사랑’이란 명칭의 조형물은 생명의 근원인 혈액을 상징하는 붉은색 구 3개를 눈사람처럼 쌓아 올린 형태다. 3개의 구는 장기기증자와 그 유가족, 이식인을 뜻한다고 한다. 높이는 3m다.
19일 오후 보라매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낯선 조형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기자로부터 조형물의 의미를 전해들은 시민들은 “뜻깊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관악구민 권모 씨(60)는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등은 조만간 조형물 옆에 현판을 세우고 기증인들의 이름을 새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 조성 중인 장기기증운동 기념 조형물 조감도. 홍익대 환경미술연구소가 설계 및 디자인에 참여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또 다음 달 12일 보라매공원에서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함께 완공식을 개최한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국내에 약 7000명의 뇌사 장기기증인이 있고, 유가족은 3만 명 이상”이라며 “유가족들이 국내 첫 기념조형물 건립 및 기념공간 조성을 통해 위로를 받고 자긍심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