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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일하는 노인 577만 명… ‘그냥 노는’ 청년 50만 명

입력 | 2023-03-21 00:00:00

은퇴 후에도 쉴 수 없는 노인들  20일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한 어르신이 지하철을 이용해 택배를 배송하고 있다.  2023.3.20/뉴스1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가 10년 새 2배로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577만 명으로 2월 기준 역대 최대였다. 2003년부터 10년간 100만 명 가까이 늘었다가 최근 10년에는 300만 명 넘게 불어 갑절이 됐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60세 이상 인구가 급증한 데다 노후 생계를 위해 고용 전선에 뛰어드는 ‘일하는 노인’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지난달 20대 이하 청년(15∼29세) 취업자는 12만5000명 급감해 2년 만에 최악의 감소세를 보였다. 고령 취업자는 수십만 명씩 늘어나는 데 비해 청년층 취업자는 계속 줄고 있다. 반도체 등 제조업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취업을 유예해서라도 괜찮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청년들이 많아진 탓이다. 일하는 청년보다 일하는 노인 보기가 쉬운 시대가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쉰다’는 청년층이 50만 명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사상 최대 규모다. 취업·진학 준비나 군입대 등 특별한 사유 없이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일하지 않는 청년이 이만큼 된다는 얘기다. 국가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단기 임시직 같은 원치 않는 일자리에 내몰리다가 이마저 끊어지면서 구직 의욕을 잃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고용 환경은 고령층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시장으로 돌아오는 노인이 늘고 있지만 4명 중 1명은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단순 노무에 종사하고 있다. 임금 수준이 열악한 단기 일자리를 감수하고서라도 노인들이 일하는 것은 노후 빈곤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65세를 넘겨 일하는 10가구 중 1가구는 근로소득과 연금 등을 합쳐도 월 소득 100만 원이 안 된다고 한다.

노인 일자리든 청년 일자리든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해법이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부작용 완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노인들에게는 공공 일자리가 구명줄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노인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공공 일자리=세금 축내기’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털어낼 수 있어야 한다. 청년 실업은 ‘일자리 미스매칭’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청년들의 실업이 길어지면 고용시장에서 영영 퇴장하는 ‘잃어버린 세대’가 될 우려가 있다. 청년들에게 외면받는 기업들의 매력도를 끌어올리고, 중소기업 근무 경험이 ‘평생의 커리어’에서 긍정적인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정부와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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