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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잉주 방중 vs 차이잉원 방미… ‘美-中 대결’ 치닫는 대만 선거

입력 | 2023-03-21 03:00:00

친중 성향 마잉주, 27일 중국행
전-현직 대만 총통으론 첫 방중
재임 당시 시진핑과 정상회담도
차이잉원, 이달말 중미 갈때 방미




친중 성향의 대만 야당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이 27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 1949년 장제스 초대 총통이 국공내전에서 중국공산당에 밀려 대만으로 패퇴한 후 전현직 총통을 통틀어 본토를 방문하는 사람은 그가 처음이다.

집권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빠르면 이달 말 출국해 미국을 방문한다. 집권 내내 반중 노선을 견지해 온 차이 총통은 미 본토에서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져 대만 내 친중 세력과 반중 세력의 대결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구도 또한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현 총통의 행보는 내년 1월 총통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민진당에서는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이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국민당에서는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창업자, 지난해 11월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주리룬(朱立倫) 주석, 허우유이(侯友宜) 신베이 시장, 장 초대 총통의 증손자 장완안(蔣萬安) 타이베이 시장 등이 거론된다.





● 마잉주 vs 차이잉원 엇갈린 행보

1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은 방중 기간 경제수도 상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지였던 후베이성 우한, 가문의 근거지 후난성 창사, 충칭 등을 찾기로 했다. 창사에서는 조상을 위한 제사를 지내고 1911년 신해혁명 유적지, 제2차 세계대전 유적지 등을 방문하는 일정이다.

그는 학생 대표단도 대동해 이들과 중국 학생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로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20일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마 전 총통이 중국에 와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을 환영한다”고 반겼다. 이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청년의 교류와 왕래 강화는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에 새로운 힘을 더할 것”이라며 협조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2008∼2016년 재임한 마 전 총통은 경제 발전 등을 이유로 집권 내내 중국과 밀착했다. 2015년 싱가포르에서 시 주석과도 만났다. 이는 중국과 대만 지도자의 첫 정상회담이었다.

쯔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빠르면 이달 말 중남미 과테말라와 벨리즈, 미국 방문을 위해 출국한다. 그는 방미 기간 중 냉전 당시 ‘강한 미국’을 주창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캘리포니아주의 도서관에서 연설하기로 했다. 이때 매카시 의장과 만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캘리포니아는 매카시 의장의 지역구로 중국과 대만계 이민자가 상당수 거주한다.





● 총통 선거의 美-中 대결 구도

전·현직 총통의 중국, 미국 방문이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8개월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민진당은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 3개월 전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이 연일 대만에 군사 위협을 가한 게 영향을 끼쳤다. 차이 총통의 반중 노선으로 인한 최대 교역국 중국과의 교역 감소, 코로나19 등에 따른 경제난 또한 민진당의 패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여파로 차이 총통이 당 주석직에서 물러났고 내년 총통 선거의 전망 또한 밝지 않다.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2일 공개된 여론 조사에서 대만인의 61.1%가 “미국, 중국 모두와 잘 지내야 한다”고 답했다. 22.8%만 “미국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했다. 민진당 지지 여론이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런 미묘한 시점에 마 전 총통이 중국을 찾는 것을 두고 내년 총통 선거에 사실상 개입해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중국의 의중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친화적인 후보가 집권해야 대만에 이롭다’는 여론을 확산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