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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피란민에 몸살앓는 발리… 700년 된 나무서 나체 사진 촬영도

입력 | 2023-03-21 03:00:00

입국 쉬워 전쟁후 9만여명 몰려
불법체류 늘며 성매매-범죄까지
발리, 정부에 단기비자 중단 요청



지난해 5월 발리의 700년 된 나무에 올라가 나체 사진을 찍어 물의를 일으킨 러시아 커플이 추방 직전 옷을 입고 해당 나무 앞에서 사과의 의미로 절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소 9만 명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국민이 입국이 쉬운 발리로 몰려들면서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천국의 섬’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최대 휴양지 발리가 전쟁을 피해 몰려든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CNN 등이 18일 보도했다.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후 올 1월까지 최소 9만 명의 양국 국민이 몰려와 공공질서를 어지럽히고 일부는 범죄까지 저지르자 넌더리가 난 발리 당국이 인도네시아 법무부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적자의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인도네시아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세계 86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자국 내 공항, 항구 등에 먼저 도착한 뒤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도착 비자’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입국이 쉽고 간편한 탓에 지난해 한 해 동안 러시아인 약 5만8000명, 우크라이나인 7000여 명 등 6만5000여 명의 양국 국민이 발리를 찾았다. 올 1월에도 러시아인 약 2만2500명, 우크라이나인 2500명 등 2만5000명이 추가로 몰려들었다. 도착 비자로는 60일까지 머무를 수 있다.

발리 당국은 도착 비자가 만료된 후 불법으로 체류하며 법과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괴롭다고 호소한다. 지난해 5월 한 러시아 부부는 현지인이 신성시하는 700년 된 반얀트리 나무에 올라 나체 사진을 찍은 후 추방됐다.

일부 여성은 매춘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달 10일에도 도착 비자로 입국한 러시아 여성 3명이 성매매하다 발각돼 추방됐다. 이 외 상당수 불법 체류자는 무허가관광 가이드, 택시 운전사, 미용사 등으로 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은 자신들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러시아인과 다르다고 항변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어쩔 수 없이 발리까지 온 사람이 대부분이며 조용히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발리 주재 우크라이나 명예 영사관 측은 “발리의 우크라이나인은 대부분 여성”이라며 가족을 만나기 전까지 이곳에 잠시 체류하는 것일 뿐이라고 호소했다. 한 현지 경찰관 또한 “외국인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가 보면 대부분 러시아인이 있다. 이들은 법 위에 있는 듯 행동한다”고 CNN에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