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사 코로나 이전 1만명→6000명 노동강도 높아 채용해도 절반 퇴사 中노선 회복땐 수하물 지연 불보듯 “지상조업에 외국인 고용 허용해야”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증가로 공항 내 수하물 적재·하역 등을 담당하는 조업사들의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수하물 대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20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이용객들로 붐비는 모습. 인천=뉴시스
이달 10일 찾은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내 수하물 처리장. 이제 막 공항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승객 트렁크 등 수하물 150여 개를 조업사 직원 3명이 쉴 새 없이 나르고 있었다. 수하물 하나당 무게가 평균 15kg 안팎. 비행기 도착과 동시에 직원 1명이 총 750kg의 짐을 1시간 내로 날라야 한다는 의미다. 수하물 운반 5년 차라는 A 씨는 “인력은 부족한데 승객은 몰려드니 연장 근로가 일상이 됐다”며 “주 50시간 정도였던 근무 시간이 최근 주 60시간을 넘겼고, 연차는 언제 썼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엔데믹으로 한국 입국자가 급증하면서 인천공항 내 조업사들의 인력난이 한계로 치닫고 있다. 수하물 적재·하역과 항공기 청소·정비 등 공항 운영 필수 인력이 제때 충원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유럽 주요 공항들처럼 승객들이 ‘수하물 대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조업사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인천공항 조업인력, 코로나19 전의 절반
조업사들도 인력 충원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지난해 약 1500명을 신규 채용했지만 50% 이상이 중도 퇴사했다. 조업사 관계자는 “야외에서 근무해야 하는 데다 노동 강도도 높은 ‘3D’ 업종으로 통하며 젊은 세대들이 조업사에서 일하는 것을 꺼리는 편”이라며 “새로 들어와도 바로 배달 업종 등으로 옮겨간다”고 했다. 또 다른 조업사 관계자는 “지금이야 연장 근무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중국 노선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면 현재 약 10분 안팎인 수하물 수취 소요 시간이 두 배 이상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수하물 대란’ 우려 “외국인 고용 허용 절실”
반면 인천공항 여객 수요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올해 2월 인천공항 여객은 373만 명으로 하루 평균 12만 명 선이다. 2019년 10월(588만2000명·일평균 19만 명)과 비교해 63% 수준이다. 중국 노선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면 입국자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돼 조업난도 심각해질 상황이다. 여기에 이달 11일부터 중국발 입국자의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가 폐지되면서 이달 초 주 62회 운항했던 한중 노선 역시 이달 말이면 200편 이상으로 증편될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인천공항이 ‘수하물 대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은 수하물이 분실되거나 지연되는 등 수하물 대란이 발생하자 하루 출발 승객 수를 10만 명으로 제한하고 항공사에 항공권 판매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조업사 관계자는 “숙식 제공에 월급 약 300만 원에도 일하겠다는 내국인이 없다”며 “공항이 정상 운영되려면 조업 분야에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