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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급증 인천공항 일손 부족… “수하물 대란 우려”

입력 | 2023-03-21 03:00:00

조업사 코로나 이전 1만명→6000명
노동강도 높아 채용해도 절반 퇴사
中노선 회복땐 수하물 지연 불보듯
“지상조업에 외국인 고용 허용해야”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증가로 공항 내 수하물 적재·하역 등을 담당하는 조업사들의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수하물 대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20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이용객들로 붐비는 모습. 인천=뉴시스


이달 10일 찾은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내 수하물 처리장. 이제 막 공항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승객 트렁크 등 수하물 150여 개를 조업사 직원 3명이 쉴 새 없이 나르고 있었다. 수하물 하나당 무게가 평균 15kg 안팎. 비행기 도착과 동시에 직원 1명이 총 750kg의 짐을 1시간 내로 날라야 한다는 의미다. 수하물 운반 5년 차라는 A 씨는 “인력은 부족한데 승객은 몰려드니 연장 근로가 일상이 됐다”며 “주 50시간 정도였던 근무 시간이 최근 주 60시간을 넘겼고, 연차는 언제 썼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엔데믹으로 한국 입국자가 급증하면서 인천공항 내 조업사들의 인력난이 한계로 치닫고 있다. 수하물 적재·하역과 항공기 청소·정비 등 공항 운영 필수 인력이 제때 충원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유럽 주요 공항들처럼 승객들이 ‘수하물 대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조업사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인천공항 조업인력, 코로나19 전의 절반

15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현재 인천공항 내 조업사(협력사 포함) 인력은 약 6000명 규모로 파악된다. 2019년 인천공항 내 조업사 인력(약 1만 명)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항공기 정비는 그나마 낫지만 수하물과 항공기 청소를 맡는 협력사 인력은 반 토막 났다”고 말했다.

조업사들도 인력 충원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지난해 약 1500명을 신규 채용했지만 50% 이상이 중도 퇴사했다. 조업사 관계자는 “야외에서 근무해야 하는 데다 노동 강도도 높은 ‘3D’ 업종으로 통하며 젊은 세대들이 조업사에서 일하는 것을 꺼리는 편”이라며 “새로 들어와도 바로 배달 업종 등으로 옮겨간다”고 했다. 또 다른 조업사 관계자는 “지금이야 연장 근무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중국 노선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면 현재 약 10분 안팎인 수하물 수취 소요 시간이 두 배 이상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수하물 대란’ 우려 “외국인 고용 허용 절실”

반면 인천공항 여객 수요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올해 2월 인천공항 여객은 373만 명으로 하루 평균 12만 명 선이다. 2019년 10월(588만2000명·일평균 19만 명)과 비교해 63% 수준이다. 중국 노선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면 입국자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돼 조업난도 심각해질 상황이다. 여기에 이달 11일부터 중국발 입국자의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가 폐지되면서 이달 초 주 62회 운항했던 한중 노선 역시 이달 말이면 200편 이상으로 증편될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인천공항이 ‘수하물 대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은 수하물이 분실되거나 지연되는 등 수하물 대란이 발생하자 하루 출발 승객 수를 10만 명으로 제한하고 항공사에 항공권 판매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용 업종에 지상조업 분야를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현재 한국은 외국인 취업비자 발급 허용 업종에 지상조업이 포함돼 있지 않다. 반면 일본은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여객 분야 지상조업에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독일도 지난해 6월부터 공항 내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허용해주고 있다.

조업사 관계자는 “숙식 제공에 월급 약 300만 원에도 일하겠다는 내국인이 없다”며 “공항이 정상 운영되려면 조업 분야에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