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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독도-위안부 논의안해… 日 왜곡보도에 유감 표명”

입력 | 2023-03-21 03:00:00

[한일 정상회담 이후]
한일, 정상회담 내용 진실 공방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일본 도쿄에서 만찬을 마친 뒤 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환담 전 기념촬영하는 모습. 도쿄=뉴시스


대통령실이 20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 영유권과 2015년 위안부 합의 이행 문제가 논의됐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외교 당국 차원에서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에 “근거 없이 내질러 놓고 사실이 아니면 슬그머니 빠진다”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낸 것.

하지만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가 16일 회담 직후 독도와 위안부 합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2018년 초계기-레이더 갈등에 대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회담에서 거론했다고 브리핑한 만큼 한일 정부가 진실 공방을 벌이는 셈이 됐다.

대통령실은 국민 정서를 건드릴 수 있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와 초계기-레이더 갈등 문제가 회담에서 나왔는지에 대해 “회담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자국 여론을 의식한 일본 정부의 언론 플레이가 1차적 문제이지만 일본의 주장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는 정부의 대응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독도-위안부 합의 관련 日 정부에 유감 표시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16일 정상회담 후 일본 언론 브리핑에서 “기시다 총리는 한일 현안에 대해서 잘 대처해 나가자는 취지를 밝혔다. 이 현안에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 문제도 포함된다”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일 브리핑에서 두 사안이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혀 근거가 없거나 왜곡된 보도가 일본 측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해 우리 외교 당국이 (일본 외교 당국에)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 방지를 당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급적 이해를 하려고 하지만 도가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외교 채널을 통해 적절하게 입장을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독도와 위안부 합의의 회담 거론 여부에 대해 정부와 대통령실의 대응은 그간 미묘하게 변화해 왔다. 대통령실은 회담 다음 날인 17일 두 사안이 회담에서 논의됐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위안부 문제든 독도 문제든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문을 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의제로 논의된 바 없다”면서도 ‘기시다 총리가 말을 꺼냈다는 것이냐’는 질의엔 “회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에 의제로 논의되진 않았더라도 기시다 총리가 일방적으로 거론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논의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 日 수산물-초계기 갈등 논의 여부 “공개 못 해”

대통령실은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문제가 논의됐다는 일본 측 주장에 대해서는 “회담에서 어떤 얘기를 했는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산물 문제에 대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증명돼야 하고, 정서적으로 우리 국민이 실제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 그래야 그 (수입)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위험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방침을 회담에서 언급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16일 일본 언론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수입 규제를) 꼭 완화해 달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초계기-레이더 갈등 사건에 대해 “레이더는 우리(일본) 입장에 근거해 발언했다”고 했다. 초계기-레이더 갈등은 2018년 해군 함정 근처로 저공 위협 비행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향해 우리 군이 사격용 레이더를 조준했다고 일본이 주장하며 촉발된 사안으로 그간 양국 입장이 평행선을 달려 왔다.

대통령실은 초계기 갈등의 회담 논의 여부에 대해서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이 문제가 추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 배제 조치가 원상 복구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관계가 정상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상반된 양국 입장을 서로가 이해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신뢰 구축 조치를 양국이 논의하는 방식으로 초계기 갈등을 풀어갈 방침이라는 것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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