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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신장이식, 혈액형 달라도 안전하게 할 수 있어

입력 | 2023-03-22 03:00:00

이식 전 항체 없애 거부반응 줄여
5년 생존율 약 95%로 높은편




게티이미지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해 투석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신장이식은 최고의 치료 방법이다. 투석을 받기 시작하면 신장 기능이 떨어지고 투석 치료를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투석을 받아야 하므로 생활 및 이동 반경도 줄어든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직장인 신 모 씨(57)는 신장이식을 받고 2년 만에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이식 후 부작용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보내고, 주치의 허락하에 가까운 바다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이처럼 신장이식은 투석 치료와 비교해 생존율을 올리는 것은 물론 이식 전과 후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다.

신 씨는 아내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았다. 생체 신장이식을 계획하는 경우 배우자, 부모, 형제, 자매처럼 가족이 신장을 기증하게 된다. 공여자가 건강하다면 꼭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아도 이식 전 ‘전처리’를 통해 신장이식을 시행할 수 있다. 이를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이라고 한다. 2007년부터 시작해 현재 국내 생체 신장이식자 3명 중에 1명이 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정수웅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이식 전 미리 일치하지 않는 혈액형에 대한 항체를 제거하는 처리 과정을 거쳐 항ABO 항체를 감소시킨다. 물론 그런 처치를 한 뒤 이식을 시행했음에도 이식 후 혈액 내 항체량이 반등할 수 있다. 혈액형이 다른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항체 매개성 거부 반응은 대부분 이식 후 첫 2주 안에 발생하므로 이 시기 동안은 항체 역가의 집중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식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항ABO 항체가 존재하지만 이식 신장을 공격하지 않아 신장 조직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순응이 발생한다. 순응이 발생하는 시기는 명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대개 이식 2주 이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을 시행할 경우 이식 후 초기에만 일시적으로 낮은 항ABO 항체 역가를 유지하면 되고 이후에는 항ABO 항체가 증가하더라도 이식 신장 기능의 저하가 보이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처치가 필요하지 않다.

면역억제제의 발전과 치료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은 이식 신장 5년 생존율이 90∼95%로 혈액형 일치 신장이식과 비교해도 치료 성적이 뒤지지 않는다.

따라서 말기신부전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신장이식이 필요한 사람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의 도입 덕분에 신장이식의 혜택을 받을 기회가 넓어지고 있다. 신장이식의 성적은 이식받은 신장이 정상적으로 얼마나 오래 기능하는가를 통해 평가된다.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은 면역억제제의 발전과 치료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현재 혈액형 일치 신장이식과 비교해 이식 시 생존율에 있어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혈액형 일치 신장이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강도의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므로 신장이식 후 감염성 합병증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면밀한 주의 및 관찰이 필요하다.


정수웅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