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남욱 변호사(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정민용 변호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3.21. 뉴스1
정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원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정 변호사는 2021년 4∼8월 남욱 변호사 측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8억4700만 원을 받아 유 전 직무대리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6억 원이 김 전 부원장 측으로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
정 변호사는 당시 미국에 있던 남 변호사에게 유 전 직무대리의 돈 요구 사실을 전달했고, 2021년 4월 말 남 변호사의 측근인 이모 씨로부터 현금 1억 원을 전달받았다고도 털어놨다. 또 그 돈을 같은 달 또는 5월 초순경 유 전 직무대리가 주도해 설립한 업체인 유원홀딩스 사무실로 가져가 유 씨에게 건넸다며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묘사했다.
정 변호사는 이 씨로부터 현금 1억 원을 건네받을 때 돈이 영양제 쇼핑백에 담겨 있었다며 이 때문에 이 씨가 “약입니다”라고 농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자신도 며칠 뒤 유 전 직무대리에게 돈을 주며 같은 농담을 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돈을 주면서 ‘약 가져왔다’고 했더니 유 전 직무대리가 ‘이따 용이 형이 올 거야’라고 했다. 얼마 후 벨이 울리니 유 씨가 직접 나가서 문을 열어줬다. 김 전 부원장과 함께 사무실로 이동해 5∼10분가량 있다가 김 씨가 나갔다”고 진술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돈이 전달된 정황을 목격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가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3.3.21. 뉴스1
정 변호사는 이후 같은 해 6월 초순에도 자기 거주지인 판교 모처에서 이 씨로부터 현금 5억 원이 담긴 골프 가방을 전달받았고, 며칠 뒤 유원홀딩스에서 유 전 직무대리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돈을 담았던 가방은 유 전 직무대리의 거주지에서 발견됐다.
한편 이날 김 전 부원장은 정 변호사가 자신에 불리한 진술을 이어가자 굳은 표정으로 이를 지켜봤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