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LG 76년 첫 소송 … ‘최대주주 지분은 가문의 재산’

입력 | 2023-03-21 19:00:00


1947년 창업 이래 76년 동안 ‘인화(人和)’ 정신을 이어온 LG그룹이 구본무 선대회장 별세 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재산권 분쟁에 휘말렸다. 현 구광모 회장의 모친인 김영식 여사, 여동생들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 등 세모녀가 지난달 말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을 다시 나누자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세 모녀는 구본무 선대회장이 보유했던 ㈜LG 주식을 법정 비율대로 나눠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지주회사인 ㈜LG 지분율 분산과 이에 따른 경영권 분쟁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그러나 지난 76년 동안 LG는 창업주 구인회 회장으로부터 구자경→구본무→구광모 회장으로 이어지는 그룹 승계 과정에서 단 한번의 재산권 분쟁도 벌어지지 않았다. 구자경 회장은 형제 자매가 6남4녀였고, 구본무 회장도 형제자매가 4남2녀에 달했다.

때문에 구자경·구본무 회장으로의 승계 과정에서 당시 상속인들이 저마다 자신의 상속 비율대로 상속을 요구했다면 지금같은 LG그룹 지배구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그룹 지주회사인 ㈜LG 지분은 특정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장자 승계’라는 LG그룹의 대원칙에 따라 세 모녀 같은 특정인이 재상속을 해달라고 주장할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도 들린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별세한 구본무 선대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2조원 규모였다.

이중 구 선대회장이 보유했던 ㈜LG 주식 11.28%(1945만8169주)는 구광모 회장 8.76%(1512만2169주), 구연경 대표 2.01%(346만4000주), 구연수씨 0.51%(87만2000주)로 각각 분할 상속됐다. 구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는 한 주도 관련 주식을 상속받지 않았다. 단 김 여사는 상속 전 ㈜LG 주식 4.2%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법에 규정된 상속비율은 김 여사 3.75%, 구광모 회장, 구연경 대표, 구연수씨는 각각 2.51%이다. 그러나 ‘장자 승계’라는 그룹 원칙에 따라 구 선대회장은 구광모 회장에게 지분을 몰아줬다. 상속인들에게 법적 상속비율대로 지분을 나눠 줄 경우 그룹 지배구조의 구심점을 흔들 수 있어서다.

◆구자경·구본무 회장 상속 때도 상속인 훨씬 많았지만 문제 없어
이 같은 배정은 LG그룹의 오랜 전통이다. 실제 구자경 회장은 1969년 12월 창업주 구인회 회장 별세 후 1970년 1월 LG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당시 구자경 회장의 형제자매는 6남4녀로 구인회 창업주의 부인인 허을수 여사까지 포함하면 상속인은 11명에 달했다.

만약 이들이 ‘1.5(배우자) 대 1대 1’이라는 법적 상속비율을 고수했다면 LG그룹의 지배구조는 샅샅이 분산됐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러나 10명이 넘는 이들 상속인은 법적 상속비율 대신 ‘장자 승계원칙’에 따라 구자경 회장에게 지배구조를 몰아줬다. 이 과정에서 오너 일가 중 단 한 명도 상속재산을 다시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인회 창업회장의 동생이자 LG 창립 멤버였던 구철회 사장은 경영 퇴진을 선언했고, 구철회 사장의 자식들은 1999년 LG화재로 독립해 LIG그룹을 출범시켰다. 구 창업회장의 동생인 구태회·평회·두회 형제 일가는 2003년 계열 분리해 LS그룹을 만들었고, 구 창업회장과 사돈 관계였던 허씨 가문은 아예 GS그룹으로 사세를 분리했다.

이후 구본무 회장으로 승계가 이뤄졌던 상속도 장자 승계 원칙은 철저히 지켜졌다. 당시 상속은 그룹 지주회사인 ㈜LG가 설립된 이후여서 상속 재산의 후계 구도가 한층 명확했다.

구본무 회장은 4남2녀의 장남으로 상속인은 7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 과정의 상속도 ‘장자 승계’라는 대원칙 아래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상속재산이 “적다, 많다” 같은 잡음은 전혀 없었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광모 회장에게 LG그룹을 넘겼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구본준, 구본식 등 형제들은 곧바로 LG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희성그룹, LT그룹, LX그룹 등으로 분리했다.

◆“최대주주 지분=가산…20년 간 판 적 없어”
이같은 LG 오너일가의 ‘장자 승계’ 가풍은 상속재산 중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LG 지분만큼은 개인 소유가 아니라 ‘가산’이라는 원칙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LG 오너일가에서 ㈜LG 지분을 물려받은 최대주주는 이 지분을 단 1주도 판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현재 ㈜LG 최대주주는 구광모 회장이며, 그 뒤로 구본식 LT그룹 회장 4.48%, 김영식 여사 4.20%,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3.05%, 구연경 대표 2.92%, 구본준 LX그룹 회장 2.04%, 구연수씨 0.72%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 최대주주인 구본무 선대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보유한 LG 지분을 개인적으로 팔아 사유의 목적으로 쓴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이 지분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필요한 LG그룹 공동의 자산이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