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필요때 먼저 50만원 빌린 이후 6개월간 이자 갚으면 50만원 추가 병원비 등 용처 입증땐 바로 100만원 금리 연 15.9%… 9.4%까지 낮춰줘
급전이 필요한 금융 취약계층이 연체 여부와 무관하게 신청 당일에 최대 100만 원까지 돈을 빌릴 수 있는 소액 생계비 대출이 이달 처음 출시된다. 정부는 은행권 기부금을 활용해 올해 1000억 원 규모로 이 제도를 운영하면서 앞으로 확대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21일 금융위원회는 불법 사금융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소액 생계비 대출 제도를 27일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신용평점이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 소득 3500만 원 이하인 만 19세 이상 성인이다. 소득이 없거나 기존에 금융사 연체 이력이 있더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생계비 용도로 최대 100만 원 이내에서 대출이 가능한데 먼저 50만 원을 빌린 이후 이자를 6개월 이상 성실하게 납부하면 50만 원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병원비나 등록금 등 용처가 증빙되면 처음부터 한 번에 100만 원을 빌릴 수도 있다. 대출을 받은 이용자들은 기본 1년, 최장 5년 만기로 이자를 내다가 만기에 대출액을 갚으면 된다. 중간에 대출을 갚아도 수수료를 물지 않는다.
정부가 공급하는 상품 치고는 금리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및 대부업의 평균 금리가 15% 내외이기 때문에 형평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은 물론 정책서민금융 지원마저 받기 힘든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한 제도인 만큼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의 평균금리는 연 414%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출 신청은 전국 46곳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직접 방문해서 해야 한다. 온라인이나 전화로 미리 상담 예약을 한 다음 센터를 방문하면 상담과 신청이 가능하다. 대출금은 신청 당일에 계좌를 통해 지급된다. 소액 생계비 대출은 올해 1000억 원 규모로 공급된다. 1인당 100만 원씩 대출받을 경우 최대 1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대출 재원은 은행권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취약계층을 위해 내놓은 기부금으로 마련된다.
유재훈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다른 상품에 비해 손실이 클 수 있고 일부 도덕적 해이도 있을 수 있지만 정말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실패한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대면 신청 과정에서 채무 조정과 복지 제도 등을 연계해 취약계층의 정상적인 경제활동 복귀를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