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레이어57에서 열린 ‘살롱오’에서 유럽에서 온 와인메이커들이 내추럴 와인 시음 행사를 하고 있다. 살롱오 사무국 제공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레이어57 전시장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손에 와인잔과 생수병을 든 MZ세대 젊은이들이었다. 3년 만에 열리는 ‘살롱오(Saloln O)’의 스탠딩 파티에서 최신 유행의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살롱오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등 6개국에서 40여 명의 와인메이커가 자신이 만든 내추럴 와인을 직접 소개했다. 참가자들은 생수로 입을 헹구어 가며 화이트, 레드, 로제 와인을 번갈아 한 모금씩 마시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니던 최 씨는 2004년 잘나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36세의 나이에 프랑스로 와인 유학을 떠났다. 디종에서 와인 비즈니스 석사(MBA)를 졸업한 그는 2008년 와인 에이전시 비노필을 차렸다. 최 씨는 보르도, 부르고뉴, 론 등 프랑스 각 지역의 와인 맛을 열정적인 강의로 풀어내는 명강사였다. 그런데 2014년 초쯤 그녀가 갑자기 “이제부터 내추럴 와인만 마시겠다”고 선언했다.
“랑그도크루시용 지역에서 와이너리를 하는 친구 베로니크가 파리에 올라와 함께 새벽까지 와인을 마셨어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머리가 전혀 아프지 않고 말짱한 거예요. 그날 유일하게 달랐던 점은 내추럴 와인만 마셨다는 사실이었죠.”
내추럴 와인이 기존의 컨벤셔널 와인과 다른 점은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황(SO2)을 거의 넣지 않는다는 것. 이산화황은 와인을 병입할 때 산화방지제 역할을 하는 첨가물이다. 이산화황은 와인을 상온에서도 비교적 쉽게 보관할 수 있게 하지만, 숙취와 두통을 가져온다. 반면 내추럴 와인은 신선한 과일향이 넘쳐나지만 냉장 보관해야 하는 주의가 필요하다.
최 대표는 프랑스 내추럴 와인의 선구자들을 찾아가 인터뷰해 ‘내추럴 와인메이커스 1, 2’(한스미디어)라는 두 권의 책을 펴냈다. 2020년에 나온 1권은 내추럴 와인 혁명을 이끈 전설적인 1세대 생산자 15명에 관한 이야기이고, 올해 초에 나온 2권은 현재의 내추럴 와인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43명의 스토리를 담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