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양국 간 밀착을 공개 과시했다. 두 정상은 20일 만찬을 겸한 4시간 반의 비공식 회동에 이어 어제 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을 비롯한 양국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지은 직후이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혼돈스러운 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두 정상이 만난 것이다.
정상 간 ‘브로맨스’를 앞세운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은 미국 중심의 서방 진영에 맞서려는 신냉전의 일환이지만 결국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는 중국의 지지와 경제 협력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 또한 반미 연대의 우군으로 러시아를 끌어당기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가스를 사들이면서 양국의 교역량은 30% 이상 늘었다. 이제 군사 분야 협력도 본격화할 태세다.
시 주석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에 나선다지만 성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중국이 내놓은 12개 조항의 입장문은 구체안 없이 원론적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서방 진영은 “러시아군 철군 없는 휴전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불법 점령을 인정하자는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중국이 되레 러시아에 포탄과 드론 같은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이 중재 시늉만 내다 러시아 지원에 나서면 전쟁 장기화는 물론 서방과의 진영 갈등이 더 격해질 수밖에 없다.
중-러가 밀착하는 사이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위협 요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규정한 유엔 결의안 등을 대놓고 무력화하고 있다. 기본적 국제 규범조차 지키지 않는 권위주의 대국들의 결탁은 그래서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 불붙은 무력충돌의 화염이 어느 순간 동북아를 비롯한 다른 지역으로 몰려올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