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리퍼블릭發 은행 위기 대책 JP모건 주도 자본금 전환 등 논의 “인플레 대응 늦은 탓” 연준 책임론도 “금리 동결” 요구 속 베이비스텝 관측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우려되는 미국 뉴욕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발(發) ‘퍼펙트 스톰’(두 가지 이상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나타나는 초대형 경제 위기) 우려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스위스 은행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전격 인수 후 첫 거래일인 20일(현지 시간) 미 뉴욕 증시는 상승세로 마감했지만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47% 급락했다. 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은 것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비롯한 중소형 지역은행 중심의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가 시작된 8일 이후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약 90% 폭락했다.
시장 불신이 커져 주가가 폭락하고, 예금이 이탈해 유동성 경고음이 울리면 신용등급이 떨어져 불안이 재확산되는 모습이다. 악순환 고리를 풀기 위해 미 금융당국은 일시적인 예금 전액 보증을 검토하고 월가 최고경영자(CEO)들도 머리를 맞댔다.
● JP모건 다이먼 중심 월가 CEO 고심
블룸버그통신은 21일 미 금융당국이 예금 보호 한도(약 25만 달러)에 드는 예금뿐 아니라 일시적으로 모든 예금을 보장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재무부 당국자들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지급 보장 대상을 모든 예금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는 것이다. 은행 업계는 예금 전액 보증을 요청해 왔다.다이먼 회장과 월가 CEO들은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시장 불안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추가 방안으로 예치금 300억 달러 일부 혹은 전부를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은행 재무제표상 부채로 잡히는 예금을 늘리기보다 자본을 확충하는 게 신뢰 회복에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월가 대형은행이 증자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고 알려졌다.
FDIC는 인수자를 찾지 못한 SVB를 예금 사업부와 자산관리 사업부로 나눠 팔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소은행 퍼스트시티즌스 뱅크셰어스가 인수를 추진 중이다.
● ‘미 연준 정책 실패론’ 떠올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책임론도 힘을 받고 있다. 은행 실패는 지난 1년간 누적된 연준의 ‘고강도 긴축 청구서’가 일으켰다는 것이다. 케빈 월시 전 연준 이사는 WSJ 기고에서 “지나친 장기간 저금리도 문제였지만 2021년 경기 회복기에 제로금리에서 벗어났어야 했다”며 “인플레이션에 빨리 대응했다면 (늦게 대응한) 대가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