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이후] 피해자지원재단, 유족 의견발표회
“일제강점기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된 아버지는 결국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윤석열 정부가 마지막으로 완벽한 보상법을 제정해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보상해주길 원합니다.”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주최한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 지원 특별법 관련 유족 의견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신윤순 사할린 강제 동원 억류 피해자 한국 잔류 유족회장(79)은 자신이 태어나기 4개월 전 강제징용당한 아버지 얼굴을 모른 채 자랐다고 했다. 그는 “2003년 한일 청구권협정 문서가 공개되기 전까지 한국 정부가 돈을 받은 사실도 몰랐다”며 “일본에서 받은 돈을 이제라도 우리에게 정당하게 돌려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하려고 해도 문서 등 자료가 없다. 이젠 특별법 제정밖에 의지할 게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1975∼1977년 1차 보상과 2008∼2015년 2차 보상을 통해 15만여 명에게 약 6276억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여전히 보상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 이어지면서 특별법을 통한 추가 보상안이 추진되고 있다.
재단은 23일까지 유족 의견을 수렴한 후 국회 등과 특별법 초안 작성을 협의할 계획이다.
이날 의견을 밝힌 유족들은 액수 등을 둘러싸고 다소 의견 차는 있었지만 특별법 제정에 대부분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다만 유족들은 특별법과 별개로 일본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제징용 관련 시민단체 활동가 김명신 씨는 발언자로 나서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본은 사과조차 하지 않는데 어떻게 가해자가 지원하지 않고 피해국이 지원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