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적응 사회로] 2030 직장인에게 물어보니
병원에서 행정 직원으로 근무하는 청년 A 씨는 지난해 직장에서 벌어진 소동을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하다. 한 어린이 환자가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보호자로 따라온 할머니가 진료비 내역에 불만을 나타낸 것. 급기야는 수납 창구 직원들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어쩔 줄 몰라 하던 젊은 직원들은 얼어붙은 듯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때 할머니와 동년배로 보였던 50대 후반의 직장 상사가 개입했다. 상사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일단 저에게 말씀하시라”며 어깨를 토닥인 뒤 자리에 앉혀 진정시키며 조근조근 설명하고 타일렀다. 감정이 가라앉은 할머니는 나중에 ‘죄송하다’며 직원들에게 인사를 한 뒤 손주의 손을 잡고 병원을 빠져나갔다.
지난달 13∼15일 동아일보-캐치 설문조사에서 청년들은 ‘나이가 많은 동료와의 근무가 유익했던 경험’을 묻는 질문에 “업무 노하우나 관련 지식에 통달해 사무실에 없으면 안 되는 존재”, “경험이 많아 문제 상황에 차분하게 대처한다” 등의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청년들이 하지 않으려는 일들을 끈기 있게 밀고 나간다” 등의 대답도 있었다.
고령 근로자의 약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 사례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정년을 앞두신 분이 대부분의 업무 서류를 파일 외에 ‘수기(手記)’로도 만들어 관리하고 계셨다. 회사 컴퓨터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대부분의 파일이 분실됐는데 그분이 가진 수기 기록 덕분에 살았다”고 말했다.
고령 근로자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도 있었다. 특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컴퓨터 등 새로운 기술 환경을 따라가지 못해 업무 속도가 늦다”, “과거 본인의 방식만을 강요한다” 등의 답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젊은이와 고령 근로자가 시너지를 내고 직장에서 잘 공생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재교육과 자기계발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청년들 입장에서도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함께 일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된다’고 느껴야 갈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는 정년을 앞둔 고령 근로자들이 불성실하거나 새로 배우려는 노력이 없는 등 스스로 생산성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 자체적으로도 고령 근로자들의 인적자원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취업교육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중장년내일센터’ 이용자는 2021년 3만5666명에서 지난해 4만5876명으로 1년 만에 1만210명이 증가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