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야간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내 리설주와 그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모종의 권력투쟁을 벌이는 것 같다는 전직 북한 외교관의 분석이 나왔다.
북한 외교관을 지내다 귀순한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잡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딸 김주애가 대외로 소개된 후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밀려났다”며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등을 예로 들었다.
조선중앙TV가 지난 9일 녹화 중계한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영상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으로 추정되는 여성(붉은색 원)이 포착됐다. (조선중앙TV 갈무리)
지난달 8일에 있었던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주애와 리설주가 김 위원장의 곁을 지킨 반면, 김 부부장은 북한 매체의 중계 화면에도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다. 같은 달 17일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 축구 경기에서도 김 부부장은 뒷줄 구석에 앉아 있었다.
고 전 부원장은 “이 장면을 ‘모든 한국인’이 지켜봤다”며 “이러한 변화가 김여정이 김주애에게 밀리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여정과 리설주 사이에서 모종의 권력투쟁이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9일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8일)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야간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열병식에는 김 총비서가 딸인 김주애와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또 김 위원장이 어린 딸을 전면에 내세운 점에 대해 “고위 관료와 군부 엘리트들에게 4세대 권력 승계를 암시하는 것은 물론 딸을 사랑하고 나라의 미래를 보살피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고 전 부원장은 분석했다.
특히 미사일 발사 현장에 딸과 함께 동행한 것은 “미래에 핵무기를 물려주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의 딸인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현장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비교적 젊은 김 위원장이 서둘러 딸을 대외에 소개한 것은 그가 건강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고 전 부원장은 추측했다.
한편, 고 전 부위원장은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하다 1991년 한국으로 귀순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