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한국의 수도이자 가장 큰 메트로폴리탄입니다. 서울시청은 그래서 ‘작은 정부’라 불리는데요, 올해 예산만 47조2052억 원을 쓰고 있답니다. 25개 구청도 시민 피부와 맞닿는 정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또는 서울을 여행하면서 ‘이런 건 왜 있어야 할까’ ‘시청, 구청이 좀 더 잘할 수 없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본 적이 있을까요? 동아일보가 그런 의문을 풀어드리는 ‘메트로 돋보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매주 한 번씩 사회부 서울시청팀 기자들이 서울에 관한 모든 물음표를 돋보기로 확대해보겠습니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가 지난달 22일 낸 보도자료. 이행강제금을 올리는 서울시 건축 조례 개정안을 당분간 심사할 계획이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시의회 제공
지난달 22일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는 이런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서울시의원들이 보통 조례 발의 또는 상임위·본회의 통과 사실을 알리기 위해 자료를 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동을 건다는 제목이 다소 이색적으로 보였습니다.
● 서울시의회, “일률 규제는 서민 고통 가중”
보도자료의 주된 내용은 서울시가 올 1월 19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입법예고를 한 건축 조례 개정안을 당분간 상정하거나 심사할 계획이 없다는 것입니다. 주택공간위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소규모 주택 및 생계형 불법 건축물까지 일률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일반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사회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가 낸 개정안은 불법 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 횟수를 ‘연 2회 이내’에서 ‘연 2회’로 못박고, 상위법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한 이행강제금의 가중비율도 ‘100분의 100’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조례가 통과되면 이행강제금은 현재보다 최대 4배로 늘어나게 됩니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해밀턴호텔 등의 불법 증축으로 인해 통행로가 좁아졌다는 지적을 받자 불법건축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것입니다.
지금은 이행강제금이 너무 낮아 건물주들이 이행강제금을 내고 불법 영업을 하는 게 이득인 상황입니다. 해밀톤호텔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간 낸 이행강제금을 합치면 5억553만 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인 2019년 호텔이 한 해 동안 올린 순이익(9억5150만 원)보다도 낮습니다.
서울시의회 민병주 주택공간위원장(국민의힘)은 “현재 고물가 상황에서 이행강제금까지 강화해 버리면 서민들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것”이라며 “불법 건축물이라고 해도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건물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이행강제금만 올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더해 지역구를 가진 시의원들로서 소위 ‘표’ 떨어뜨릴 정책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서울시 “예외 두면 조례 실효성 떨어져”
조례 개정을 추진했던 서울시는 다소 난감한 상황이 됐습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이행강제금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고 개선안까지 내놓았는데, 이번에는 “서민 죽이기”라며 비판을 받고 있으니까요. 서울시 관계자는 “상업용 건물에 대해 더욱 엄격하게 조치해야 한다는 데는 일리가 있다”면서도 “법 적용에 있어 예외를 두는 상황은 평등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예외 조항이 생긴다면 실효성이 떨어지고, 예외 기준으로 인한 분쟁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우선 서울시는 “내부 조례규칙심사를 거치고 시의회와도 소통해 조례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조율 과정에서 이행강제금 상향 유예 기간을 두거나, 면적이 적은 소규모 건축물에 대해 ‘연 2회’를 의무 적용하지 않는 등의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발생 약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용산구 해밀턴 호텔 옆 사고 골목. 참사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을 받았던 철제 가벽에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김동주기자.zoo@donga.com
사지원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