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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순 한글 관찬본 ‘군졸교과서’ 추정 사료 최초 공개

입력 | 2023-03-22 13:56:00


23일부터 서울 동대문구 세종대왕박물관에서 공개되는 ‘군졸교과서’ 추정 사료. 군졸이 된 자의 도리를 순 한글로 기록한 이 사료 중앙 윗 부분에는 오늘날의 국방부 격에 해당하는 ‘군무아문’이란 기관이 적혀 있다. 김한영 참빛아카이브 대표 제공

우리나라 최초의 순 한글 관찬본(官撰本·관에서 엮은 책) 교과서인 ‘군졸교과서’로 추정되는 사료가 23일부터 서울 동대문구 세종대왕박물관에서 처음 공개된다.

세종대왕박물관은 “올해 훈민정음 창제 580주년과 박물관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23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개최하는 ‘한글·국어학 자료’ 전시에서 군졸교과서 추정 사료를 최초로 선보인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30년 넘게 4만 점이 넘는 고문헌을 수집해온 김한영 참빛아카이브 대표가 소장하고 있는 순 한글 사료 180여 점을 공개한다.

특히 김 대표가 2021년 고문헌 유통상에서 매입한 군졸교과서 금속활자본 추정 사료 1장이 눈길을 끈다. 해당 사료는 군졸이 되는 자에게 충절과 예절의 도리를 설파한 제2장에 해당한다. 1894년 8월 28일자 ‘고종실록’에는 군국기무처(軍國機務處)의 의결을 거쳐 군졸들에게 순 우리말로 된 군졸교과서를 보급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사료가 그 실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 군졸교과서는 고종실록을 통해 기록으로만 전해져 전체 매수 등은 그동안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료 어미(魚尾·종이의 중앙을 접은 부분)의 상단에는 지금의 국방부 격인 ‘군무아문’이 순 우리말로 새겨져 있어 민간 발행이 아닌 조정 주도 발행이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군무아문은 고종이 갑오개혁을 추진하면서 군에 관한 행정 사무를 통할하는 기관으로 1894년 7월 설치했다가 이듬해 4월 1일 그 이름을 ‘군부’로 고쳤다. 이 때문에 해당 사료는 1895년 가을 출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관찬 국어교과서 ‘국민소학독본(國民小學讀本)’ 등보다 앞선 시기 인출된 최초의 관찬 교과서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종대왕박물관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되는 군졸교과서 추정 사료는 국한문을 혼용한 ‘국민소학독본’ 등 초창기 교과서들과 달리, 순 한글로 서술됐다는 점에서 한글 사료로서의 가치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