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서남부의 지롱드 숲은 ‘최고의 숲’이라는 애칭을 얻을 만큼 아름다운 수목이 울창했다. 하지만 작년 여름 ‘괴물 산불’로 불리는 대규모 산불이 이 숲을 덮쳐 잿더미가 된 상태다. 화마에 할퀸 면적이 파리의 2배에 이른다. 화재의 원인이 된 이상고온은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 유럽이 40도가 넘는 무더위로 몸살을 앓았다.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미국은 한겨울 ‘폭탄 사이클론’으로 홍역을 치렀다. 아프리카 동부에서는 5년째 심각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지만 파키스탄에서는 역대급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기상이변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지구온난화는 이미 일상생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구의 온도가 더 올라가면 해수면 상승, 전염병 확산, 농작물 재배 급감 등으로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될 수 있다. 그래서 200여 개국은 파리협정을 맺고 1850∼1900년 대비 지표면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줄이기로 하고 국가별로 2030년에 도달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한 뒤 탄소 배출을 줄여왔다.
▷하지만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일 만장일치로 승인한 제6차 종합보고서를 보면 인류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온난화의 심각성에 비춰 볼 때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이번 세기 내 온도 상승 폭이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NDC를 높여 잡지 않으면 2100년에는 지표면 온도 상승 폭이 최고 3.4도까지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인류는 살얼음판 위에 서 있고, 그 얼음판은 빨리 녹고 있다”고 절박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지난 정부가 원래 감축 목표였던 26.3%를 갑자기 40%로 끌어올린 것도 무책임하지만, 정책의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고 감축 의무를 다음 정부로 떠넘긴 정부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숙고하지 않고 무리한 목표를 덜커덕 국제사회에 제시한 전 정부나, 다음 정부에 ‘폭탄’을 떠넘긴 현 정부나 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