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官에서 펴낸 ‘첫 순한글 교과서’ 사료 오늘 공개

입력 | 2023-03-23 03:00:00

1894년 편찬 ‘군졸교과서’ 추정
세종대왕박물관서 한달간 전시



23일부터 서울 동대문구 세종대왕박물관에서 공개되는 ‘군졸교과서’ 추정 사료. 김한영 참빛아카이브 대표 제공


최초의 순 한글 관찬본(官撰本·관에서 엮은 책) 교과서인 ‘군졸교과서’로 추정되는 사료가 공개된다.

서울 동대문구 세종대왕박물관은 “올해 훈민정음 창제 580주년과 박물관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23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개최하는 ‘한글·국어학 자료’ 전시에서 금속활자본 군졸교과서 추정 사료 1장을 처음 선보인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김한영 참빛아카이브 대표가 소장한 순 한글 사료 180여 점으로 구성됐다.

전시에 나오는 군졸교과서는 김 대표가 2021년 고문헌 유통상으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군졸이 되는 자에게 충절과 예절의 도리를 설파한 교과서 제2장에 해당한다. 1894년 8월 28일자 ‘고종실록’에는 군국기무처(軍國機務處)의 의결을 거쳐 군졸들에게 순 우리말로 된 군졸교과서를 보급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 교과서로 추정되는 실물이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 사료 어미(魚尾·종이의 중앙을 접은 부분)의 상단에는 지금의 국방부 격인 ‘군무아문’이 순 우리말로 인쇄돼 있어 민간이 아닌 정부가 발행했음을 알 수 있다. 군무아문은 고종이 갑오개혁을 추진하면서 1894년 7월 군에 관한 행정 사무를 통할하는 기관으로 설치했다가 이듬해 4월 1일 명칭을 ‘군부’로 고쳤다. 이 때문에 해당 사료는 1895년 가을 출간된 ‘국민소학독본(國民小學讀本)’에 앞서 나온 최초의 관찬 교과서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