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수상 사르 작가 방한
2021년 공쿠르상을 받은 세네갈 작가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는 22일 “소설을 쓰는 데에는 온전한 나의 투쟁만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뉴시스
“저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 흑인으로 식민지 시대의 잔재인 프랑스어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런 저의 공쿠르상 수상이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장편소설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으로 2021년 프랑스 공쿠르상을 받은 세네갈 출신 작가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33)가 말했다. 한국을 찾은 그는 서울 마포구의 한 북카페에서 22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흑인 작가가 공쿠르상을 수상한 것은 1921년 이후 100년 만이었다. 공쿠르상은 노벨문학상, 영국 부커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인간들의…’는 시인을 꿈꾸는 세네갈 청년 디에간이 1938년 프랑스 파리에서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라는 책을 출간한 뒤 표절 시비에 휘말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작가 T C 엘리만의 발자취를 쫓는 여정을 그렸다. 소설은 디에간의 추적을 통해 치열하게 문학의 본질을 탐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우리말로 출간(엘리출판사·사진)됐다.
그는 “외부에서는 작가가 구사하는 문체나 나이 등으로 작가를 다양한 칸에 분류하려 하지만 결국 남는 건 ‘작가’라는 칸”이라고 했다. 이어 “식민지 잔재인 프랑스어로 글을 쓰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내가 속한 문화권의 언어이고, 그 언어를 통해 세계 문학을 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문학의 보편성은 특수성에 있다”며 “유럽과 아프리카의 교차로라는, 내가 처한 세네갈의 현실 속에서 글을 쓰는 것이 보편적 문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번 방한은 주한 프랑스대사관 등이 주관하는 ‘공쿠르 문학상―한국’ 행사를 알리기 위해 이뤄졌다. 국내 프랑스어 교육기관 22곳의 학생 87명이 지난해 공쿠르상 최종 후보작 4편을 읽고 가상으로 수상작을 선정하는 행사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