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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양자연구 세계적 수준… 기업 유치 속도내야”

입력 | 2023-03-23 03:00:00

세계적 석학 나이트 英 ICL 교수
“민관협력 생태계 꾸려야 시너지
산업에 적용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韓 ‘1000큐비트 개발’ 야심찬 계획”



20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피터 나이트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 명예교수가 영국의 양자 연구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양자 분야에서 한국의 연구는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삼성이나 LG와 같이 양자 연구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대기업도 있습니다.”

20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만난 피터 나이트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ICL) 명예교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양자 연구의 현주소를 이같이 진단했다. 한국의 양자 연구와 기업 인프라가 탄탄한 만큼 이를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정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나이트 명예교수는 ICL에서 연구부총장을 지내고 약 30년간 영국 정부의 양자 관련 정책을 이끌어 온 양자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영국왕립학회가 주관하는 ‘한-영 리서치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나이트 명예교수는 양자 연구가 성과를 내기 위해선 단순히 연구뿐 아니라 산업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적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기 위해선 기업 생태계가 꾸려져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양자 관련 기업을 유치, 육성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테리 루돌프 ICL 교수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루돌프 교수는 양자의 특성을 설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유명한 에어빈 슈뢰딩거의 유일한 손자다. 그는 2015년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사이퀀텀’을 영국이 아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 나이트 명예교수는 “이런 유망한 기업들을 자국으로 데려오려면 민관이 협력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영국은 현재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양자 분야의 민간 투자와 양자 관련 기업 수가 많은 나라다. 2024년부터 10년간 양자 분야에 25억 파운드(약 4조 원)를 투자한다는 양자 전략 계획을 발표하는 등 양자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기업들의 해외 유출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이트 명예교수는 “좋은 기업들이 (미국으로) 많이 유출되고 있다”며 “작은 스타트업들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나이트 교수의 제자인 김명식 ICL 교수 역시 “연구와 기업 투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향후 같은 시기에 만나 산업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트 명예교수는 민간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가 2031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해 1000큐비트의 양자컴퓨터 개발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도전적이고 야심 찬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정부의 계획에 산업계가 공감하고 동참하려면 많은 설득과 노력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