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자가 폭포가 흐르는 물속에서 벌거벗은 채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기괴한 장면이다. 에른스트 요셉손이 그린 이 그림은 완성되자마자 극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대체 그림 속 남자는 누구며, 화가는 왜 이런 그림을 그린 걸까?
요셉손은 1851년 스웨덴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삼촌들이 극작가와 작곡가여서 문화적인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10대 때 아버지와 누이를 차례로 잃는 비극을 겪었다. 16세 때 스톡홀름 왕립예술원에 입학한 그는 20세 때 이런 결심을 한다. “스웨덴의 렘브란트가 되거나 아니면 죽을 것이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30대 초에 그린 이 그림(‘물의 정령’·1882년·사진)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물의 정령을 묘사하고 있다. 신화에 따르면, 물의 정령은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곡으로 사람들을 유혹해 익사하게 만드는 무서운 존재다. 화면 속에는 정령이 달빛 아래서 연주 중이다. 뒤에선 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고, 음악은 폭포 소리와 함께 뒤섞인다. 물풀들이 그의 머리와 다리 사이를 감싸고, 하얀 꽃들이 그의 등과 다리를 간지럽힌다. 젊고 건강한 몸을 가진 정령은 눈을 감고 입을 반쯤 벌린 상태다. 누군가를 유혹하기는커녕 마치 자기 음악에 스스로 도취된 것 같다. 그림이 공개되자 비평가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스웨덴 국립미술관 전시에 거부되었다.
당시 스웨덴 화단에선 사실주의와 자연주의가 주류였기에 이렇게 주관성을 드러내는 작품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국립미술관이 ‘물의 정령’의 혁신성과 작품성을 인정하고 구입한 건 1915년, 그림이 완성되고 33년이 지나서였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