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얼마 전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의 사자 왕국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이곳 왕국들 중 하나를 다스렸던 ‘라이언 킹’이자 ‘대표 모델’ 역할을 해왔던 스니그베가 세상을 떠났다. 밥 주니어로도 불린 이 사자는 사람을 꺼리지 않았던 데다 멋지게 생겨 카메라 세례를 수도 없이 받은 덕분에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장식했던 ‘스타’였다. 우리는 사자라고 하면 으레 멋진 모습을 기대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은 사자들이 많은데, 스니그베는 한눈에 봐도 멋진 갈기를 휘날리는 ‘라이언 킹’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이 초원의 제왕과 함께 왕좌를 지키던 동생 트리그베 역시 경쟁자들에 의해 세상을 달리했다.
뉴스는 이 형제의 7년 ‘통치’가 무너지면서 왕좌의 주인공이 바뀌었다고 간략하게 전했는데, 사실 이들의 ‘정권 교체’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세렝게티 보전관리인인 프레디 시미라의 말대로 경쟁자들의 “계획된 공격”에 의해 일정한 순서대로 이루어진다.
인간은 보통 결혼하면 여성들이 다른 집으로 가는 편이지만 사자들은 반대다. 수컷들이 자신이 태어난 집단을 떠나 다른 집단으로 가 일가를 이룬다. 근친교배를 피하기 위해서인데, 대체로 태어난 지 2년쯤 지나면 독립한다. 이들을 방랑 사자라고 하는데, 이렇게 2∼4년 정도를 살아가다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됐다 싶으면 그동안 봐두었던 영역의 ‘킹’에게 도전한다.
이런 기세 싸움을 통해 상대를 파악한 도전자는 괜찮겠다 싶으면 ‘맞짱 뜨기’에 나서는데, 이기면 왕좌에 오르지만 지면 다시 방랑자 신세가 되어야 하기에 대결은 격해질 수밖에 없다. 왕국을 사수해야 하는 쪽 역시 지면 끝이니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긴다고 해도 심각한 부상을 당할 수도 있기에 결과는 언제나 예측 불허이고.
7년이나 왕국을 다스렸던 스니그베는 대결이 벌어지자 별다른 저항 없이 운명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통치 기간이 보통 4, 5년인 걸 감안하면 상당히 장수한 건데, 결말을 예감했던 모양이다. 이런 운명을 피하기 위해 작은 관목 숲 같은 곳으로 들어가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사자들도 있다. 어쨌든 또 한 ‘킹’의 시대가 갔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