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40, 왼쪽)와 계모(43)가 지난달 16일 오전 인천 미추홀경찰서와 논현경찰서에서 각각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온몸에 멍이 든 채 사망한 초등학생이 1년간 계모에게 성인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모는 뱃속의 태아를 유산한 직후부터 모든 원망을 의붓아들에게 쏟아내다 결국 숨지게 했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실이 검찰에서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계모 A 씨(43)의 학대가 시작된 건 지난해 3월 9일부터다. 당시 A 씨는 의붓아들 B 군(12)이 돈을 훔쳤다며 드럼 채로 종아리를 10여 차례 때렸다.
임신 중이었던 A 씨는 한 달 뒤 유산했고 이때부터 모든 원망을 B 군에게 쏟으며 학대 강도를 높였다. A 씨는 평소 B 군이 자신의 말을 잘 따르지 않으며 산만하게 행동해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유산했다고 생각했다. B 군을 양육하면서 쌓인 A 씨의 불만은 유산을 계기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는 감정’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B 군이 지난달 5일 오후 5시부터 6일 오전 9시까지 방 안에서 의자에 홀로 결박돼 있다. 얼굴은 바지로 가려져 있고 팔다리는 의자에 묶여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A 씨는 B 군의 초등학교 3학년 때인 2021년 3월부터 집중력을 높이는데 좋다며 성경책 필사를 시켰는데, 이 또한 가혹한 학대 행위의 수단이 됐다. 지난해 9월부터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게 해 2시간 동안 성경을 노트에 옮겨 적게 했다.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하면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사실상 감금됐다. 5시간 동안 무릎을 꿇은 채 성경 필사를 한 날도 있었다.
A 씨는 알루미늄 봉이나 플라스틱 옷걸이로 B 군의 온몸을 때렸다. 또 “무릎 꿇고 앉아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너는 평생 방에서 못 나온다”며 폭언도 퍼부었다. B 군이 견디다 못해 방 밖으로 나오면 다시 가두면서 옷으로 눈을 가리고 커튼 끈으로 의자에 손발을 묶었다. B 군은 사망 이틀 전부터 16시간 동안 의자에 결박돼 있었다. 그 사이 A 씨는 방 밖에서 ‘홈캠’으로 감시했다.
B 군의 빈소. 채널A
A 씨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와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친부 C 씨는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및 상습아동방임 등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 된 상태다. 두 사람의 첫 재판은 다음 달 13일 오전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