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3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글로벌 금융 여건이 급변할 경우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최근 금융안정상황을 점검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미국의 벤처캐피탈·기술스타트업 전문은행인 SVB는 미국 내 자산 규모 16위에 달했지만 가파른 금리 인상의 여파로 지난 10일 파산 이후 예금자 보호에 들어간 상태다.
한은은 이런 후폭풍에도 최근 글로벌 불안 우려가 진정되고 있으며 국내 시장에서의 위험 회피 심리도 제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유사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낮게 봤다. 국내 금융기관은 예대업무 위주의 영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채권 자산 비중이 낮다.
다만 글로벌 금융 여건이 급변할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채권 금리나 주가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이 부각되면서 취약 부문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
게다가 원론적으로 미국의 금융 불안은 우리나라 금융 안정 상황에 직결된다.
한은은 “미국 금융상황지수(NFCI) 상승은 우리나라 금융불안지수(FSI) 상승으로 직결될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보다 더욱 민감한 반응을 야기한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FSI가 크게 상승했던 것처럼 대외 불안이 깊어질 경우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높아진 FSI가 더욱 빠르게 상승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 불안은 결국 우리 금융 시스템 내 약한 고리를 타격한다. 한은은 “고위험가구, 건설기업, 한계기업, 연체율이 높아지거나 부동산 익스포저가 많은 비은행금융기관 등을 중심으로 신용, 유동성 위험이 증대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한은은 “부동산 익스포저가 많고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부문에 대한 조기경보 활동, 금융기관 건전성 점검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금융시장 불안 시 적기에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