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쌀 생산량이 일정 비율 이상으로 수요를 초과하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질 때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최저 기준선은 초과 생산량의 경우 3∼5%, 쌀값 하락 폭의 경우 5∼8% 사이에서 정부가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여당의 거센 반발 속에서도 처리를 강행한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또 다른 대체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쌀 재고 관리를 정부 재량에만 맡겨놓으면 쌀값 폭락을 제때 막지 못해 농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곡법 시행으로 과잉 생산이 고착화하면 쌀값은 장기적으로 하향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언제까지나 혈세를 퍼부어 쌀값을 떠받칠 수도 없는 일이다. 농업 경쟁력 저하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일단 초과 물량을 해소할 안전판이 확보되면 농민들은 생산 기계화율이 99%에 이르는 안정적 쌀농사를 놔두고 힘들게 다른 작물 농사를 시도할 이유가 없어진다. 자급률이 불과 1% 안팎인 밀과 옥수수 등 대체 작물로의 재배 전환이 더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해마다 늘어나는 재정 부담도 문제다. 정부가 쌀을 사들이는 데 들어가는 예산은 지금도 연간 1조 원 이상이다. 연간 농업 연구개발(R&D) 예산과 맞먹는 규모이자 3000평짜리 스마트팜 300개를 지을 수 있는 돈이라고 한다. 농업기술 첨단화와 함께 청년 농부 수천 명을 육성할 기회비용이 쌀 과잉 생산과 재고 처리에 매몰되는 셈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농업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이고 식량 안보까지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