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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여성들, 주먹 날리는 걸 두려워 말라”

입력 | 2023-03-24 03:00:00

WSJ 여성포럼 참석해 대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원(왼쪽에서 네 번째)이 2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많은 여성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여성 최초로 미국 권력 서열 3위 하원의장을 두 차례 지낸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83·캘리포니아·민주)이 “성공하고 싶은 여성은 주먹 날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 대통령이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역할을 강조하며 “관중석에 앉아 비평을 늘어놓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사람은 실제 경기장의 ‘투사’”라고 했던 1910년 연설을 차용했다.

펠로시 의원은 2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뉴욕 링컨센터에서 주최한 ‘일터에서의 여성’ 포럼에 참석해 WSJ의 첫 여성 편집장인 에마 터커와 대담을 가졌다. 그는 사회에 더 많은 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여성들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의견 차이는 매우 큰 강점”이라고 했다.

여성 스스로 더 높은 직위를 추구하는 이유를 자각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주문했다. 그는 “당신이 왜 의회 언론 기업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려 하는지, 왜 그 시기에 그 지위를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통해 여성들이 각 분야에서 생존할 수 있는 지속적인 동기 부여를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섯 자녀를 둔 펠로시 의원은 미 아동 5명 중 1명이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통계에 충격을 받아 의정 생활 내내 아동 빈곤 해결에 집중했다고 공개했다. 이어 “경기장 안은 거칠고 힘들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주먹을 날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많은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려면 보육료 인하 등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여성이 출근 후에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아이가 부적절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생각에 전화가 올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워서는 안 된다”고 했다.

펠로시 의원은 이날 대선 재출마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한 질문을 받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의장 재직 시절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 차례 주도했다. 모두 하원에서는 통과됐지만 상원에서 최종 불발됐다. 이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내내 불편한 관계로 지냈다.

1987년 하원의원 선거를 통해 의회에 입성한 그는 2007∼2011년, 2019년∼올 1월 초까지 두 차례 하원의장을 지냈다. 첫 번째 의장 재직 시절 일본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위안부 결의안’을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집권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자리를 잃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