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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美 “원료약 최소 25% 미국서 생산”… 韓바이오기업 타격 우려

입력 | 2023-03-24 03:00:00

中견제 바이오 전략보고서 발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2일(현지 시간) 5년 내로 필수의약품의 원료의약품(API) 최소 25%를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바이오기술·제조 전략 보고서를 내놨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반도체법에 따른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대해 중국에서 10년간 반도체 공장 신설 및 확장을 제한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내놓은 바이든 행정부가 바이오 분야에서도 중국 견제에 나섰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미국의 조치가 미칠 영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 美 “자급자족 바이오 생태계 구축”
백악관은 이날 발표한 ‘미국 바이오 기술 및 바이오 제조를 위한 담대한 목표’ 보고서에서 “5년 내 광범위한 바이오 제조 능력을 구축해 모든 원료의약품 25%를 (미국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바이오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180일 이내 국방부 상무부 등이 참여한 바이오 제조업 강화 전략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이 보고서는 이 같은 지시에 따른 것이다.

미 상무부는 또 “20년 내에 국내 화학물질 수요의 최소 30%를 미국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별도로 발표한 ‘바이오 제조 전략’ 보고서에서 극초음속 미사일과 차세대 잠수함 같은 첨단무기 개발에 사용될 화학물질을 비롯한 지원 분야를 제시하고, 미 기업을 중심으로 동맹국들과 바이오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바이오 분야에서도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면 반도체 분야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방 분야에 12억 달러(약 1조5000억 원), 공급망 구축 등에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바이오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다는 우려에 따라 작성됐다. 미 상무부는 “현재 원료의약품은 중국 인도 등 해외에서 주로 제조돼 공급망 리스크가 있다”며 미국 내 제조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미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도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멸균 주사용 의약품 90∼95%가 중국 인도의 원료의약품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역시 보고서에서 “중국은 바이오 기술·제조 강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면서 “미 바이오 제조 기업이 중국으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 IRA 전기차 배터리 광물 규정 다음 주 공개
바이오 기술·제조 전략에는 중국 바이오 산업 규제나 바이오 의약품 해외 위탁생산(CMO)에 관한 대응 등의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보고서 발표 후 100일 이내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놓을 방침이라 여기에 담길 수 있다.

국내 바이오제약 업계에서는 ‘5년’이라는 시간을 명시한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단기간 내 자국에서 생산하는 원료의약품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보조금 등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할 경우, 미국으로 의약품을 수출하는 국내 여러 기업들에게 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이 보조금을 받고 미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은 이미 기업 인수나 합작법인(JV) 등을 통한 미국 진출을 적극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계가 좀 더 빨라지는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미 재무부는 이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지급 조건의 하위 규정인 전기차 배터리 광물 규정을 다음 주에 발표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광물 규정은 올해부터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한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단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국내 배터리 기업이 주로 광물을 조달하는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 등을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해 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