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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 부활 올해가 원년… TV 예능프로도 적극 활용”

입력 | 2023-03-24 03:00:00

문체부-씨름협회-본보 간담회



황경수 대한씨름협회장, 이만기 인제대 교수,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영암군민속씨름단 소속 김민재, 이태현 용인대 교수(왼쪽부터)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린 ‘씨름 진흥 활성화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980, 90년대에 씨름이 너무 인기가 있다 보니까 ‘판만 열리면 사람들이 올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지 않은 오후 낮 시간에 TV 중계를 편성하는 것이 현재 씨름이 처한 현실이다. ‘골든 타임’에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씨름의 매력을 알릴 수 있도록 ‘천하제일장사’(채널A) 같은 TV 예능 프로그램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역 시절 천하장사를 총 10번 차지한 이만기 인제대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린 ‘씨름 진흥 활성화 간담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올해 1월 ‘K씨름 진흥방안’을 발표한 걸 계기로 문체부와 대한씨름협회, 동아일보가 함께 마련한 자리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 황경수 대한씨름협회장, 천하장사 출신인 이태현 용인대 교수, 영암군민속씨름단 소속 김민재가 이 교수와 머리를 맞대고 씨름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 장관은 “씨름은 승패가 갈리는 절정의 순간에 스포츠의 미학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종목”이라면서 “2023년을 씨름 부활의 원년으로 삼고 씨름의 매력과 경쟁력이 재발현되는 여러 정책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2025년까지 프로 팀을 5개 창단하고 설날·추석·단오장사 대회와 천하장사 대회를 4대 메이저 대회로 육성해 서울 등 대도시에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70㎏ 이하 경량급(가칭 소백급)을 신설해 보다 역동적인 경기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도 세워두고 있다.

황 회장은 “공격적인 씨름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며 “씨름의 다양한 기술이 경기에서 나올 수 있도록 현장 지도자부터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황 회장은 경남 창원시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이만기 교수와 강호동(천하장사 5회) 같은 스타 선수를 길러낸 명감독 출신이다.

이만기 교수와 강호동에 이어 ‘모래판의 황태자’로 통했던 이태현 교수(천하장사 3회)는 “씨름을 위한 성지가 있다면 그 역사와 정통성을 퍼뜨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씨름 전용 경기장 건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본 스모는 ‘료고쿠(兩國) 국기관’이 성지로 통하지만 씨름은 이 정도로 상징적인 장소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역 선수 대표로 참석한 김민재는 “대회 상금 증액이 필요하다. 또 씨름을 하다 중간에 그만둔 뒤 다른 일을 하기 위한 진로 교육 시스템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유소년 선수들을 불러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재는 울산대 학생이던 지난해 천하장사에 오르면서 1985년 당시 경남대 4학년이었던 이만기 교수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대학생 천하장사에 오른 선수다. 올해도 설날장사대회와 문경장사대회에서 연달아 백두장사를 차지했다.

박 장관은 “이만기의 (이니셜인) MK에서 김민재의 MJ로 가면서 씨름 부활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기대를 드러내면서 “경기 지역 30개 초등학교 체육 수업에 씨름 과목을 개설하고 지도자 파견 및 용품 보급 등도 새롭게 추진해 씨름 저변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인 자유와 연대가 가장 화려하고 알차게 꽃필 수 있는 스포츠 종목이 씨름이라고 확신한다. 문체부는 전 세계적으로 K씨름이 각광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짜임새 있게 돕겠다”고 강조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