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트 충돌 시험 연구성과 공개
다트 우주선이 소행성과 충돌한 후 파편이 분출되는 모습을 상상도로 표현했다. 유럽남방천문대(ESO) 제공
지난해 9월 인류는 초유의 지구방어 실험을 진행했다. 인류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는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을 막기 위해 우주선을 부딪쳐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쌍(雙)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DART)’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다트 우주선은 지구 밖 1100만 km의 목표 소행성에 정확히 충돌했다.
충돌 후 약 6개월이 지났다. 영국과 스페인 등 국제 연구팀이 다트 우주선과 소행성의 충돌 여파를 지구 망원경으로 관측하고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현존 최고 성능의 광학망원경인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초거대 망원경(VLT)으로 관측한 첫 연구다.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우주선 충돌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 5편이 공개되는 등 다트 관련 연구 성과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인류의 지구 방어 실험은 성공적이었던 걸로 보인다.
● 소행성 충돌 잔해와 충돌 표면이 알려준 것들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초거대 망원경(VLT)으로 촬영한 다트 우주선의 소행성 충돌 모습. 충돌 직후 방출된 소행성 먼지 구름을 날짜별로 볼 수 있다. 왼쪽 상단의 사진은 충돌 직전인 지난해 9월 26일 촬영됐다. 마지막 사진은 충돌 약 한 달 후인 2022년 10월 25일 촬영됐다. 유럽남방천문대(ESO) 제공
연구팀은 VLT를 활용해 한 달가량 소행성 충돌 잔해를 추적했다. 그 결과 충돌로 방출된 잔해가 소행성 자체보다 푸른빛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돌 잔해가 매우 미세한 입자로 잘게 부서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 입자들에서 나오는 빛들을 분석해 입자의 화학적 구성을 조사했다. 입자들에 물과 공기가 있는지를 집중 분석했다. 연구팀은 “충돌로 방출된 물질들을 분석하면 태양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물과 공기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연구팀은 “소행성엔 많은 양의 얼음이 존재하진 않는다”며 “물의 흔적을 찾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주선 충돌 후 유출된 우주선 연료의 흔적도 찾지 못했다. 연료 탱크에 남아 있는 연료의 양이 적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소행성 접근 때까지 우주선이 상당히 효율적으로 연료를 소비했다고 분석했다.
● 소행성 무게 줄어들고 공전 주기도 바뀌었다
영국과 핀란드, 스웨덴, 미국 등의 과학자로 구성된 또 다른 연구팀도 같은 날 다트 관련 연구 성과를 내놨다. 이 연구팀은 VLT를 활용해 우주선 충돌이 소행성의 표면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소행성의 방향에 따라 편광이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했다. 편광은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을 뜻한다. 이를 추적하면 소행성 표면 구조와 구성을 알아낼 수 있다. 분석에 따르면 충돌 후 소행성 표면이 더 밝은 빛을 띠게 됐다. 충돌로 외부 표면의 물질이 깎여 나가면서 더 밝은 색을 가진 내부의 물질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추가 연구 결과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28개국 100여 개 기관의 과학자들이 분석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희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이 분석에 참여하고 있다. 캐럴린 언스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 행성과학과 교수는 이달 13일 미국 텍사스에서 개최된 제54회 달 및 행성과학 회의에서 “다트 프로젝트는 큰 성공을 거뒀다”며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보물 창고와도 같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