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검수완박법 효력 인정] 법사위 표결권 침해 5대4로 인정 입법무효 청구는 5대4 기각-각하
지난해 4, 5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23일 나왔다. 헌재가 국민의힘 유상범 전주혜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모두 각하 또는 기각하면서 입법 11개월 만에 검수완박법 위헌 논란이 모두 마무리됐다.
헌재는 이날 유상범 전주혜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에서 “당시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점은 5 대 4 의견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법안 가결을 무효로 할 정도는 아니라며 5 대 4 의견으로 법사위 통과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또 박병석 국회의장에 대한 권한침해 확인 및 법률무효 확인 청구 역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에 출석해 심의 및 표결에 참여했다”며 기각했다.
이날 헌재가 유효하다고 판단하면서 검수완박법은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될 수 있게 됐다.
헌재 “입법절차 문제있지만 검수완박법 유효”… 與 “황당한 궤변”
‘검수완박법 효력 유지’
법안무효화 할 중대한 위헌은 없어”
국힘 “정치재판소” “사법사의 오욕”
민주당 “국정혼란 한동훈 사퇴해야”
● 헌재 “국회법과 다수결 원칙 위반”
지난해 4월 검수완박법이 법사위에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구했다. 안건조정위는 국회법에 따라 여야 총 6명으로 구성되며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채워져야 했다. 그런데 민주당이었던 민 의원이 ‘위장 탈당’한 후 비교섭단체 몫으로 참여했고 이후 민주당 주도로 법안이 법사위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를 일사천리로 통과했다.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는 인정하면서도 가결 행위를 무효로 하진 않았다. 헌재는 다수 의견으로 “법사위 법안 심사 과정에서 심의·표결권 행사가 전면 차단되는 등 국회의 기능이 형해화(내용 없이 뼈대만 남은 상황)될 정도의 중대한 헌법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률안 심의·표결권 침해 정도가 심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에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한 사례는 몇 차례 있었지만 국회에서 가결된 법률안 자체를 무효라고 결정한 사례는 없었다는 점에서 ‘예상됐던 결정’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헌재는 2009년 미디어법 권한쟁의심판에서도 법안 심의·표결권 침해는 인정했지만 무효확인 청구는 기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디어법 등 헌재의 종래 결정과 비슷한 타협의 산물”이라고 했다.
● 여 “황당한 궤변” 야 “한동훈 사퇴해야”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황당한 궤변의 극치”라며 “‘거짓말은 했는데 허위사실 유포는 아니다’라고 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옮긴 것 같다. 헌재가 아니라 정치재판소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특정 연구모임 관련 출신으로 편향성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지적됐던 분들”이라며 “헌재의 불명예로 남아 사법사의 오욕으로 남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헌법정신에 따라 국회의 입법권과 검찰개혁 입법 취지를 존중한 결정”이라며 “법치를 뒤흔들며 심각한 국정 혼란을 초래한 한 장관은 사퇴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분명하게 사과한 후 불법 시행령을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향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의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