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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길 어디라고 와” 서해피살 유족, 법정 출석 박지원에 항의

입력 | 2023-03-24 10:17:00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며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이래진 씨의 항의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며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이래진 씨의 항의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첩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4일 재판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의 유족 측과 충돌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박정길)는 박 전 원장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의 국가정보원법 위반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사건에 연루된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의 재판도 함께 이뤄졌다.

정식 재판이 시작하는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박 전 원장은 오전 9시 46분경 법원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법원 밖에서 기자회견 중이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 씨가 박 전 원장에게 달려들었다. 이 씨는 “사과해라.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고 소리쳤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며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이래진 씨의 항의를 받고 있다.공동취재

이 과정에서 사진 기자 등 취재진이 넘어지기도 했다. 법정 방호원들의 제지로 상황은 일단락됐다. 박 전 원장은 이 씨의 행동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아무 대답 없이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 씨는 박 전 원장이 들어간 뒤 기자회견을 이어가며 “무책임했던 문재인 정권의 민낯을 되돌려보니 참담하다. 동생을 월북으로 낙인찍어 무엇을 얻으려 했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하고 밝혀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 전 원장과 노은채 전 비서실장은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국정원 직원들에게 이 씨의 피격·소각 등과 관련한 여러 첩보 및 보고서를 삭제하게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서욱 전 장관도 국방부 직원에게 관련 첩보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훈 전 실장은 이 씨가 살해된 이튿날 오전 1시경 관계 장관회의(1차 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은폐하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와 김홍희 전 청장에게 ‘보안 유지’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청장은 서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이 씨의 피격 사망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긴 채 실종 상황에서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